미국에서 최근 전자담배 흡연으로 인한 폐질환 확인 사례가 8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망자 수도 12명으로 늘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 전자담배와 관련된 폐질환 환자 수가 805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 발표됐던 530명에 비해 5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CDC가 확인한 전자담배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8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CDC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발표된 모든 폐질환 사례는 전자담배를 이용해 액상 니코틴을 기체 형태로 복용하는 ‘베이핑’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폐질환 환자들은 숨이 가빠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 중 다수는 산소 보충과 집중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이며, 폐 손상이 심각한 일부는 산소호흡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DC 보고서는 현재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남성이 72%이며, 환자의 67%는 18~34세 사이라고 밝혔다. 18세 미만 환자도 16%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DC는 다만 아직 전자담배의 특정 성분이나 장치를 질병 원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당초 많은 환자들이 마리화나 성분의 일종인 THC와 니코틴을 섞은 전자담배를 피운 사실이 밝혀져 THC가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CDC는 이번 발표에서 일부 환자들이 니코틴만 든 전자담배만 사용했다고 전했다. 현재 CDC와 미국 식품의약안전처(FDA), 몇몇 주정부가 폐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담배 이용에 따른 폐질환 환자 사례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 보건당국이 전자담배와 폐질환이 연관돼 있다고 발표한 후 보고 사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앤 슈차트 CDC 수석 부국장은 지난 25일 하원에 출석해 “전자담배에 따른 폐질환 발병 사례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며 “다만 발병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라 우리가 전국적으로 발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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