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풀무원, 영구CB 투자수요 58억 그쳐

입력 2019-09-27 14:24   수정 2019-09-27 14:33


≪이 기사는 09월27일(14: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기업 최초로 공모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에 도전했던 풀무원이 투자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영구 CB는 발행회사가 만기 연장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고, 투자자가 일정시점부터 발행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연 4.8%의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냉각된 투자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이 700억원 규모 영구 CB 발행을 위해 지난 25~26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58억원의 매수주문만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번에 팔리지 않은 CB 물량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인수단인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나눠 사들일 예정이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내세웠음에도 채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번 영구 CB 만기는 30년이지만 풀무원이 2023년 9월 말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어 연 4.8%의 이자를 주는 5년 만기 채권이란 인식이 강했다. 다음달부터 투자자가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현재 주가(26일 기준 9590원)이 전환가격(2만7000원)이 크게 밑돌고 있어 주식으로서의 투자 매력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에 부담을 느낀 주요 기관들이 투자를 주저했다는 분석이다. 풀무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2017년(528억원) 이후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부채 규모까지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2.9배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은 올해 6월 말 4.3배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76.2%에서 269.0%로 높아졌다.

100%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의 해외사업 부진에 따른 타격이 컸다. 풀무원식품은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한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해외사업에서 총 2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풀무원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2015년 출자전환으로 700억원, 지난해 유상증자로 600억원을 수혈받았다.

채권시장에선 풀무원이 영구 CB 수요를 모으는데 실패하자 풀무원식품의 자금조달 여건 변화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차입금 상환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 중반 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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