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확산이 이어진 27일 홈플러스가 삼겹살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홈플러스는 "가격 인하분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렸다"는 입장이지만 전염 발생 이후 최대 우려였던 삼겹살 가격 인상을 홈플러스가 본격화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마트는 이번 주말까진 인상 계획이 없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주말 돼지고기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 "추후 인상 시기와 인상폭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이번 주말'이라는 조건부를 달았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더 번질 경우 대형마트들의 돼지고기 동반 가격 상승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초저가 경쟁 중인 대형마트들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가격 인상 시기를 가늠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국내산 삼겹살 가격을 100g당 1980원으로 전날보다 90원 올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8월까지 삼겹살을 100g당 1980원에 팔았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판매 촉진 차원에서 1890원으로 인하해 팔던 것을 재고관리 차원에서 원상복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삼겹살을 지난 19일부터 100g당 1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가격 인상으로 대형마트 3사가 모두 같은 가격에 삼겹살을 판매하게 된 것이다.
통상 매주 목요일 돼지고기 가격을 조정하던 대형마트들은 지난 26일의 경우 가격을 유지한 상태로 넘겼다. 1위 대형마트 이마트는 주말까지, 롯데마트는 이날까지는 가격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가격을 다음주에도 유지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형마트별로 남아 있는 비축분을 보면서 도매가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 시점과 수준을 가늠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의 경우 보통 1∼2주일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비축분이 점차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여파로 전국 돼지 이동제한 조치가 지속되면서 경매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점은 비축분이 소진되고 있는 대형마트에 부담 요인이란 지적이다.
경매물량 감소는 소매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산 냉장 삼겹살 평균가격은 100g(중품 기준)당 2157원으로 1달 전(1911원)보다 12.87% 올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전인 16일 소매가(2013원)보다 7.15% 오른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돼지 사육두수가 평년보다 많고, 돼지고기 수입량과 재고량도 평년을 상회한다는 점 등에 비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개 양돈조합에서 보유하고 있는 돼지고기 비축분은 8500t 수준이고, 민간 재고는 15만4000t이다.
한편, 이날 인천 강화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추가 확진됐다. 이에 국내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총 9건으로 늘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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