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은 셀트리온 임직원을 대신해 제가 받은 것입니다. 상금을 나눌 수 없으니 반 돈짜리 금으로 상패를 축소 제작해 우리 직원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제28회 다산경영상 창업경영인 부문 수상자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수상 소감을 듣던 직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는데 이렇게 값진 상은 처음”이라며 “지금까지 고생하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을 성공시킨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날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서 회장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다산경영상의 의미를 생각했다”며 지난 19년간 창업 역사를 회고했다. 그는 “5000만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망해도 5000만원을 잃는 것뿐이더라”며 “망해도 좋다고 생각하니 결정이 쉬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직원들이 꼭 하고 싶다는 것은 하게 해준다”며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직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다 성공시켰기 때문에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도전해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서 회장은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본인이 똑똑하고 잘난 것”이라며 “성공하려면 나를 믿어주는 직원들과 주주,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다산경영상은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다산경영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의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불신의 벽을 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신뢰 회복이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고 국가 통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 정신을 기억하고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며 “정치는 갈라질 수 있어도 경제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했다.
서 회장은 기업가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힘있는 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신뢰를 저버릴 만한 일은 하지 말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기업가들에게 인사 채용, 구매, 급여 세 가지에 관여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프라이드’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돈을 많이 받길 원하는 게 아니라 최고의 회사에 다니고 싶어합니다. 최고로 대우해주고 우리가 하는 일이 최고라고 생각하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셀트리온은 고가의 항체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효능은 뛰어난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세계 제약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올해 허가를 앞둔 ‘램시마SC’는 1개 제품의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환자들에게 치료받을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제약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셀트리온이 한국 경제의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활활 타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현역을 떠날 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고 가는 세대로 남고 싶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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