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5일 태양광 전력 시장가격의 추가 하락을 막겠다며 관련 대책을 내놓자 발전 사업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조치라지만 꼭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태양광 시장가격에 대한 정부 입장이 한 달 새 180도 뒤집힌 만큼 앞으로의 정책 방향도 가늠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REC는 태양광 전력의 주가이자 화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전량에 비례해 정부에서 REC를 발급받은 뒤 주식 거래처럼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 수익을 얻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보조금 혜택이 늘면서 태양광 공급이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2017년 12만원대이던 REC 평균가격은 올해 5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은 “정부를 믿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무더기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청와대 앞 항의집회까지 예고했다.
이번에 태양광 대책을 내놓은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정부는 고정가격으로 20년 동안 장기계약을 맺을 수 있는 REC 물량을 500㎿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상반기(350㎿)보다 150㎿ 커진 규모다. 발전공기업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대상 기업들이 2021년까지 이행을 미뤄놓은 의무량을 연내 모두 채우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고정가격 장기계약과 수요 촉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REC 단가를 떠받치겠다는 취지다. REC 현물시장에서의 매도·매입 때 상·하한 역시 직전거래일 종가의 ±30%에서 연내 ±10%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시장 경쟁을 통해 태양광 가격 하락을 이끌겠다’던 종전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앞서 산업부는 RPS 제도로 인해 한국전력공사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달 말 “재생에너지 보급 증가에 따른 사업자 간 경쟁 확대 등에 따라 거래 단가가 하락 중”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산업부 측은 이번 대책을 내놓으며 “REC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발전사업 투자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축소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투자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가 태양광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노후 준비 등을 목적으로 소규모 발전업에 뛰어든 영세 사업자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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