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돼지열병 공동조사' 묵살하는 北과 무슨 '교류·협력'인가

입력 2019-09-29 17:26   수정 2019-09-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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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발생한 지 2주일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도 감염경로나 감염원은 오리무중이다. 그런 가운데 어제 충남 홍성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확진은 물론 의심 사례가 서울 이남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확진된다면 강화와 경기북부에 국한됐던 ASF가 방역 라인을 뚫고 남하했다는 의미인 만큼 전국적 창궐까지 우려된다.

감염경로 파악이 안 되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북한의 비협조도 그중 하나다. 북한은 지난 5월 ASF 발생 이후 제대로 방역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사육돼지가 전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6월부터 공동 조사와 공동방역을 북측에 제의했고 지난 17일 국내에서 처음 ASF가 발생한 뒤 다시 동일한 제의를 했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ASF가 북한에서 유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접경지역 인근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남북한이 서둘러 공동조사와 방역을 벌였더라면 북한 내 확산은 물론 국내 유입도 차단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북한에 공동 방역을 재차 촉구한 것도 그래서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 원칙을 천명했다. ASF 공동 대응은 교류 협력에 더 없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남북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계속 제의를 묵살하는 것은 관계 개선이나 협력에 큰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대북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동조사 요구조차 들은 척 않는다면 다른 분야 협력이라고 제대로 되겠나.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다가는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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