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수십억원짜리 고가 아파트 주민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공시가격을 무더기 하향해 가구당 재산세를 많게는 90만원 가까이 깎아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무줄 공시가' 오명과 함께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들만 수십만원의 절세 혜택을 받는다"는 형평성 논란까지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대표)이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단지별 이의신청 조정 및 연관 세대 정정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 정정으로 가구당 76만원의 재산세를 아낄 수 있게 됐다.
갤러리아포레 전체 230가구의 평균 가구당 공시가격은 4월 말 30억156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나, 이후 제기된 이의를 받아들여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평균 공시가격을 27억9728만7000원으로 7% 낮춰줬다. 인근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신축으로 조망·일조권이 약해진 부분을 반영했다는 게 당시 국토부와 감정원의 설명이었다.
이런 하향조정 결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재산세도 가구당 1041만원에서 965만원으로 76만원 줄었다. 갤러리아포레 2개 동 230가구가 덜 낸 재산세 총액은 1억7478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가구 이의 신청에 따른 조정 결과를 이른바 '연관 세대 정정'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아포레 단지 전체 230가구에 모두 적용, 공시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공시가격을 일괄적으로 내려주는 것은 부동산가격공시법을 위반한 임의 조치라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정확하게 조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연관 세대 정정'이라는 법적 근거와 기준이 불명확한 제도로 수십억 원짜리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세금을 쉽게 깎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제도 개혁으로 공시가격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의신청에 따른 공시가격 조정과 연관 세대 정정이 정당한 것인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갤러리아포레뿐 아니라 의견 수렴 후 공시가격 하향 조정으로 전후 재산세가 수 십만원씩 차이 나는 단지는 여럿이다.
서울시 강남구 골든빌(99-1)의 가구당 평균 공시가격도 21억5200만원에서 19억1644만4000원으로 11% 낮춰지면서, 724만9000원이었던 가구당 평균 재산세가 637만3000원으로 87만6000원 줄었다.
서초구 어퍼하우스(UPPERHOUSE)의 경우 공시가격이 평균 19억1022만2000원에서 17억9288만9000원으로 6% 떨어져 재산세를 43만6000원(635만원→591만4000원)씩 덜 냈다.
이 밖에 강남구 현대힐스테이트2단지, 도곡렉슬,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성동구 트리마제, 광진구 이튼타워리버5차 역시 공시가격 정정의 결과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20만4000원씩 재산세가 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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