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청약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다음달 예정됐던 분양이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가늠한 적정 분양가 사이의 괴리가 커 가격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이달 초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이 인상되면서 이견차는 더 커졌다. 작년으로 예정됐던 청약이 기약없이 늦어지자 대기 수요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연내 분양 어려울 듯
3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10월로 예정됐던 과천 갈현동 지식정보타운 S9 블록에 공급되는 공공분양 아파트인 '과천제이드자이'의 청약 일정이 또 다시 연기됐다. LH 관계자는 "GS건설과 분양가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분양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원인은 공동시행사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 간의 분양가를 둘러싼 이견이다. 당초 제이드자이는 3.3㎡당 2300만원 안팎의 분양가가 예정됐지만, 상반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비싸다'고 언급한 이후 분양 진행이 '올 스톱' 상태다. 분양가 논란이 커지면서 LH는 분양가 심사위원회 심의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현재 GS건설은 기존에 예정된 수준의 분양가를, LH는 22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앞서 지식정보타운 S6 블록 민간분양 단지인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가 지자체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3.3㎡당 2205만원의 분양가를 승인받았다"며 "민간분양 단지보다는 공공분양분이 저렴한 가격에 나와야한다는 인식이 있어 LH 내에서는 3.3㎡당 2205만원이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달 초 정부가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잣대 중 하나인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인상하면서 제이드자이의 분양가를 두고 LH와 GS건설 모두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기본형건축비가 3.3㎡당 644만5000원에서 651만1000원으로 6만6000원 인상되면서 전용면적 85㎡(공급면적 112㎡) 규모 아파트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지금보다 대략 223만원가량 오르게 됐다. 건설사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분양가를 더 받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분양가를 둘러싼 시행사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의견차가 점점 커지면서 분양 일정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지식정보타운 분양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벨라르테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인 대우건설도 과천시가 승인한 가격으로 분양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정했다. 과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는 벨라르테의 가격 산정 과정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법적 최대 한도(-5%)까지 낮추며 전체 분양가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과천시는 최근 반려했다. 대우건설은 임대 후 분양을 고려 중이다.
◆"피해는 예비청약자 몫"
오랫동안 분양을 기대해온 예비청약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률이 치열한데 통장 가입자까지 늘고, 반면 물량은 되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세보다 크게 낮은 분양가가 예상되는 지식정보타운의 물량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과천시 전세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9월16일 기준) 과천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0.40% 올랐다. 과천 전셋값은 1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7월부터 두 달여간 4.46%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식정보타운 분양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1년 이상 거주자 우선 배정 물량을 노린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속하는 지식정보타운 물량은 과천 1년 이상 거주자에게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한다. 많은 수요자들이 지금 이주해도 거주 요건을 채울 시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별양동 D공인 대표는 "외부 투자자들이 급격히 유입돼 전세 수요가 크게 늘면서 현재 전세 물건 자체가 거의 없다"며 "예비 청약자들은 물론 원주민들도 전세난에 허덕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O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빨리 분양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정부의 지나친 분양가 때리기 때문에 정작 피해는 오랫동안 지식정보타운의 분양을 기다려온 실수요자들이 보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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