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계·안철수계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30일 독자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공식 출범시키고 유 의원을 대표로 추대했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온 비당권파 의원들이 사실상 새 지도부를 구성한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처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중지를 모아 행동하기 위한 모임”이라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비상행동’ 출범 회의는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와 같은 시간, 바로 옆 회의실에서 열렸다. 당권파 9명보다 더 많은 수(15명)가 참여하는 대안 지도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유 의원은 “(손 대표가) 싸움을 걸어와도 더는 싸우지 않겠다”며 “오늘부로 추한 싸움은 끝내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당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정치적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며 “앞으로 해당(害黨) 행위에 대해서 (윤리위원회 회부 등) 당의 기강을 엄정하게 바로잡겠다”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선 ‘비상행동’에 합류한 의원들이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준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의원은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탈당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합류에는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탈당을) 한다는 건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공세”라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와의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비상행동의) 뜻을 전하고 안 전 대표의 뜻도 물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독일에 체류 중인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책 출간을 알리면서 정계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안 전 대표가 1년 체류 일정으로 지난해 9월 유럽으로 떠난 뒤 첫 국내 활동이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김도식 씨는 “안 전 대표가 독일 출국 후 1년 만에 신간을 펴내며 마라톤을 통해 배운 인생과 깨달음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안철수계 지역위원장들이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오늘 그가 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지역구에 내거는 등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상행동에 참여한 의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면서 보수 통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세력은 지금 이 정권을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데 다 한마음”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문재인 정권 심판으로 모아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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