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같은 대형 기관이 포함된 연기금은 2조46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8월 2조5585억원 규모 순매수한 데 이어 또다시 2조원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두 달간 개인, 연기금을 제외한 기관, 외국인은 순매도했지만 연기금 홀로 매수세를 유지하며 주식시장을 외끌이했다. 연기금 매수세로 8~9월간 코스피지수는 1.90% 상승했다.
연기금은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하고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매매 흐름을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설정한 자산배분 비율과 국내 보유 주식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주가가 떨어지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자산가치가 하락해 비중이 낮아지기 때문에 추가 매수 여력이 커진다.
5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며 외국인이 한 달간 3조529억원어치 매도하며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자, 다음달 연기금은 2조41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8월 들어 외국인이 2조592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을 때도 연기금은 2조5585억원어치를 되레 사들였다. 올 2분기와 3분기 순매수만 8조2000여억원에 달한다. 두 개 분기 기준으로 2011년 하반기 10조원 순매수한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 국민연금이 제시한 한국 주식 자산 배분 목표치는 전체의 18%로 올해 말 적립금 예상치인 730조원 중 131조원가량이다.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적립금 703조원 중 16.3%인 115조1000억원가량의 국내 주식을 보유했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약 117조원이다. 단순계산으론 목표치인 131조원을 채우려면 아직 약 14조원의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커지는 대외 불확실성과 부진한 3분기 기업 실적으로 인해 연기금 매수가 보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은 난항 중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조사 착수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은 확대 국면이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2018년 2분기에도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연기금 매수가 보류됐다”며 “지금 상황도 비슷해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연기금 매수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매도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지금과 같은 규모와 강도의 순매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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