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몇 달간의 물가 흐름이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9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작년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예년(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9월 물가 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등에 지난해 8월 물가 상승률은 1.4%, 9월은 2.1%였다. 김 차관은 지난해보다 올해 농산물 가격 및 유가가 하락한 요인 외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고등학교 3학년 대상 무상교육 등 정책적 요인도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이 8월 물가 상승률을 0.77%포인트 내린 데 이어 9월 1.01%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봤다. 복지정책도 9월 물가 상승률을 -0.26%포인트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차관은 "일각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하락세나 전월과 비교하면 8월 0.2%, 9월 0.4%로 상승하는 추세"라며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물가 하락에 따른 소비지연과 함께 나타나지만, 소비판매 지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8월에는 3.9%로 크게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디플레이션을 겪은 다른 나라와 달리 물가하락이 단기간에 그칠 전망이며 물가가 떨어지는 품목도 제한적인 것으로 봤다. 미국(1930년대), 일본(1990년대)이 디플레이션을 경험했을 때에는 물가하락이 3∼7년간 지속했으나 한국은 2∼3개월가량의 물가하락이 예상된다.
또 일본은 디플레이션 기간 조사대상 품목의 약 60%가 가격이 하락하는 등 저물가가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나 한국의 경우 2012년 이후 하락 품목 비중이 20∼30%에 그쳤다. 김 차관은 "기술발전 등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가 급락 등에 단기간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도 90년대 이후 주요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당분간은 작년 9∼11월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기저효과와 공급측 영향이 지속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이라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세계 경제 성장둔화, 대외적 요인 등에 한국경제 경제활력이 둔화했다"며 "한국은행과 함께 물가 흐름, 물가 둔화 원인 등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