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 "봉진 형제 후원으로 '고독사 방패막이' 자부심"

입력 2019-10-01 17:53   수정 2019-10-02 03:16

“아, 우유목사님이요!”

서울 옥수동에서 옥수중앙교회로 가는 길을 물으니 동네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옥수동 달동네에 자리잡은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62·왼쪽)의 별명이 ‘우유목사’ ‘울보목사’다. 성도 집에 예배 보러 가면 눈물만 쏟다 나오는 날이 허다했다.

호 목사는 2001년 담임목사를 맡은 이후 새벽기도를 나오던 어르신들이 며칠씩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다. 집에 찾아가 보면 고독사했거나,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홀몸노인의 집 앞에 우유가 쌓였을 때 우유배달부가 빨리 신고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호 목사는 2003년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 100가구에 우유 배달을 시작했다. 집 앞에 우유가 쌓이면 배달부가 교회나 동사무소, 구청 등에 신고하도록 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하 안부 우유)’은 서울 15개 구 2000여 가구로 확대됐다. 2015년에는 사단법인이 세워졌고, 현재 17개 기업과 350여 명이 후원한다. 이달부터 마포구, 중랑구, 동작구도 포함됐다.

1일 옥수중앙교회에서 만난 호 목사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가난을 마주할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뜨거워져 시작한 일이었을 뿐”이라며 “10년간 동네에서 쌓은 신뢰가 마치 ‘하늘이 준 영수증’처럼 남았는지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일대에서 시작된 ‘안부 우유’가 서울 전역으로 퍼진 데는 교회 신도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오른쪽)가 크게 기여했다. 호 목사는 김 대표를 ‘봉진 형제’라고 부르며 “고등학교 때는 늘 꼴찌를 했고, 집도 가난했는데 지금 가장 든든한 후원인이 됐다”며 웃었다.

또 “매번 사업에 실패해 개업 예배만 일곱 번을 봐줬는데 ‘배달의민족’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2013년 가장 먼저 찾아오더니 ‘목사님, 그 우유 배달 제가 돕고 싶습니다’ 하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3년 20억원을 기부했고, 정기후원으로 지금까지 매월 1000만원씩을 내고 있다.

2년 뒤에는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골드만삭스에서 호 목사를 찾아왔다. “투자한 회사가 기부금으로 ‘우유 배달 후원’에 매달 쓰는데 그게 진짜인지를 확인하러 왔더라고요. 이야기를 다 듣더니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의 이사 15명이 감동했다며 15만달러를 모아왔어요. 우유 배달에 써달라고.”

이듬해에는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이 나섰다. 어르신들을 위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후원하기로 했다. 기부금 등을 포함해 매일유업은 매년 1억4000만원을 후원한다. 이 밖에 건국우유, 러시, 펜타브리드, 강북삼성병원, 죠스푸드, 여기어때, 제이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혜민 스님, 강사 설민석 씨, 방송인 홍석천 씨 등 각계각층의 개인 후원인들도 뜻을 함께하고 있다.

호 목사는 “기독교적 경제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필요에 따른 분배’”라며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스스로 나누는 것이 결국 성경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호 목사는 서울 25개 구 3750가구 홀몸 어르신에게 안부 우유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나누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하며 성경 구절을 읽었다.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아오리라.”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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