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장외거래시장 등장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리걸테크(법+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미쿠스렉스와 손잡고 11월 코스콤 웹사이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장외거래 플랫폼을 선보인다. 플랫폼 이름은 ‘비 마이 유니콘’이다.
비 마이 유니콘은 KOTC에 비해 진입 허들을 대폭 낮춘 비상장 주식거래 서비스다. KOTC에서 요구해온 통일주권 발행, 각종 감사요건 충족 등의 기준을 없앴다. 등록을 원하는 스타트업은 주주명부와 기업정보 등 최소한의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거래 방식도 간단하다. 주식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는 비 마이 유니콘에 등록된 스타트업 정보를 둘러보면서 주주명부와 기업정보 등을 확인한다. 이때 주식 매도인이 주식 거래 의향을 게시하면 매수 희망자들은 이를 실시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수인과 매도인은 협의 아래 온라인으로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한다. 거래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 초에 불과하다. 기존 주식거래시장과 동일한 수준이다.
주식 양수도계약을 통해 바뀐 주주명부는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된다. 비 마이 유니콘은 IBM 주도로 형성된 리눅스 재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하이퍼레저’를 기반기술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130곳 이상이 채택한 기술이다.
비 마이 유니콘의 핵심은 투명하게 관리되는 주주명부에 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주주명부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거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박성재 아미쿠스렉스 대표변호사(사진)는 “투자자로서는 비상장 주식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주주명부 내역”이라며 “비 마이 유니콘은 실시간으로 주주명부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높은 신뢰성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주식 거래 활발해질까
비 마이 유니콘은 다음달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1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기업가치 ‘톱10’에 드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주요 스타트업 상당수가 등록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스타트업 확보를 위해 아미쿠스렉스는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 등 다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내년 말까지 약 1000개의 스타트업이 비 마이 유니콘에 등록할 것으로 아미쿠스렉스는 예상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비 마이 유니콘에 기대가 크다. 더 원활한 스타트업 주식거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비 마이 유니콘 등록을 확정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얘기다.
“스타트업은 누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몰라서 주식을 못 팔고, 투자자는 어떤 스타트업이 투자를 원하는지 몰라서 주식을 못 사는 일이 빈번하다. 전용 플랫폼이 생기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표변호사는 2008년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로 인해 중소기업이 대거 부도를 맞은 ‘키코사태’의 담당 검사였다. 그는 “많은 기업과 투자자가 문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보가 부족해 불편을 겪는다”며 “비 마이 유니콘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길 원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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