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습니까.”(GS샵)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대한항공)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의 역량·기업의 당면한 과제를 묻고 있다. 특히 ‘협업 능력과 문제해결 방안’ 등을 주로 질문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으로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지에 대해 많이 물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뽑는 50개 회사의 자기소개서 항목을 조사했다. 삼성물산(건설부문), 에쓰오일, 한화토탈 등은 대학 생활 가운데 ‘협업의 경험’을 물었다. 이공계 기술직을 뽑는 기업은 ‘기술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질문했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회사는 협업을 통해 ‘1+1=3’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며 “이것이 동료와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뽑으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개선한 경험 있나”
‘협업의 가치’를 묻는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대한항공은 ‘함께 일하고 싶고, 일하기 싫은 유형을 기술하고 이들과 협력해 공동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GS리테일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남이 꺼리는 일을 자발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묻기도 했다. KT는 ‘협업의 경험 가운데 자신이 맡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른 사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했다. 삼성전자 해외영업 직군은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의견 충돌의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결과까지 곁들여 쓰라고 했다.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 기업도 많았다. 네이버는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경험과 끝까지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했다. 삼성전자 생산기술 직군에서는 ‘과제를 기술적으로 개선한 경험’, 대한항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 변화시켰던 경험’이 있었는지 물었다.
‘회사의 당면 문제’를 구직자에게 묻기도 했다. 네이버는 ‘개발자로서 개선하고 싶은 서비스는 무엇인지’, SGI서울보증은 ‘올해 50주년인데,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기업들은 20대가 바라보는 자사의 현재 모습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다. SPC는 ‘SPC삼립의 비즈니스 강점과 잠재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농심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이미지를 추가해야 할지’를 질문했다.
“디지털 선도은행 방안 무엇인가”
핀테크(기술금융)와 인터넷은행의 협공 속에 있는 은행들은 ‘디지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자기소개서에 요구했다. 농협은행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협은행의 강점은 무엇이며, 디지털 선도은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KEB하나은행은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입사 후 지원자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물었고, 경남은행은 ‘디지털 금융시대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을 질문했다. 기업은행과 대구은행은 ‘지속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고객과 대면해야 하는 은행들은 지원자의 서비스 마인드를 자소서에서 점검했다. 국민은행은 ‘타인의 불편함을 해결해준 경험과 최고의 고객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기술하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회성 개인고객을 주거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질문했다. 경남은행은 ‘은행원에게 필요한 역량 세 가지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쓰라고 했다. 농민이 주고객인 농협은행은 ‘농업·농촌과 함께 발전하기 위해 은행이 해야 할 역할’에 관한 해법을 요구했다.
사회를 바라보는 지원자의 시각을 묻는 곳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국내외에 어떤 이슈가 있고 자신의 견해는 무엇인지’를 기술하라고 했다. 최지웅 신한은행 인사팀장은 “지원자들이 현대사회의 수많은 문제와 현상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며 “다양한 시각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신한은행의 채용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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