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에 진출하기 위해 은행권이 분주하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거점이자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얀마 정부가 연내 은행업 인가를 추가로 내줄 계획이라는 것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든 요인이다.
국민 “주택 금융 노하우 전수”
미얀마는 2014년 금융 시장을 개방했다. 하지만 아직 은행 이용률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시장을 개척해나갈 여지가 많다. 현재 국내 5대 은행(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부산은행, 수협은행 등이 여러 형태로 진출해 있다. 미얀마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은행업 인가를 내줬고, 올해 3차 개방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인가를 받아 정식 지점을 낸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나머지 은행은 사무소 형태로 운영 중이거나 소액금융업 법인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해외 은행이 법인으로 승인받으면 현지 은행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다. 국민은행은 과거 주택은행 시절부터 쌓아온 주택금융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미얀마 양곤 주정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의 집단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미얀마 송출근로자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을 내세운 영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이번에 인가받게 되면 현재 운영 중인 양곤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기 강자’ 기업은행도 출사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의 강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김도진 행장은 지난달 초 미얀마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은행업 인가 필요성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 금융 관련 경험이 가장 많고 리스크 관리 등에 강점이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해 짓는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건설 사업에도 참여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성공적인 산업단지 건설을 지원하려면 은행업 인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미얀마 정부 측에 전달했다”며 “지난달 출범한 인도네시아 법인에 이어 미얀마에도 법인을 세워 동남아시아 벨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소액대출업 형태로 영업 중인 다른 은행은 신청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참여가 유력하다. KEB하나은행은 은행업 인가에 도전하는 대신 기존 소액 대출법인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사무소 인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미얀마는 특정 국가 은행에 대해 한 번에 한 곳씩만 인가를 내줬다. 이번에는 한국 은행에 복수 인가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 관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디지털 발전 속도가 더딘 지역이기 때문에 국내 스마트 뱅킹을 접목하면 충분히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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