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길었던 이춘재, 수사망 어떻게 피했나

입력 2019-10-03 10:21   수정 2019-10-03 10:22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포함해 14건의 살인, 30여건의 강간·미수 등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 씨의 자백대로라면 그는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40여건에 이르는 강력범죄를추가로 저지른 것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총 9차례의 '화성 사건' 외에도 추가로 5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자백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들 사건 중 화성 일대에서 3건, 청주에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는 화성에서 태어나 1991년 7월경 건설업체에서 만난 A씨와 결혼했다. 이 씨는 아내의 고향인 청주를 자주 오갔으며 1993년 4월에는 주소지를 청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 이 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 청주에서는 화성 사건과 유사한 성폭행·살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991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청주권에서 발생한 살인 미제 사건은 총 5건이다.

1991년 1월 27일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 현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박모(당시 17세)양이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을 뒤로 묶인 채 숨져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박양이 전날 집에 가던 중 괴한에게 성폭행·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경찰은 3개월의 수사 끝에 박모(당시 19세)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법원 재판에서 박군은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4월 23일 청주시 강내면 학천교 경부고속도로 확장 공사장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것을 포크레인 기사가 발견됐다.

시신은 양손이 스타킹으로 묶여있었고, 40㎝ 깊이 땅속에 묻혀있었다.

경찰은 여성이 숨진 지 3∼4개월 된 것으로 보고 신원 파악에 나섰지만, 사건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같은 해 4월 18일 청주시 봉명동에서는 30대 술집 여종업원이 식당 주차장에 살해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27명의 형사를 투입해 사건을 수사했지만,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이와 함께 6월 24일 복대동 가정주부 이모(28)씨 피살사건 당시에도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 현장에서 나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와 남편 주변 인물 등을 중심으로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1992년 청주에서는 부녀자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3개월 동안 살인사건 4건, 해결 기미 감감"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기도 했었다.

이토록 꼬리가 길었지만 이춘재는 1989년 9월 26일 벌인 강도미수 건으로 경찰에 붙잡혀 200일 동안 구금됐던 사실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검거되지 않았다.

이 씨가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로는 먼저 화성사건의 경우 족적(발자국)과 혈액형이 꼽힌다.

그는 6차 사건 이후 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여겨졌다. 경찰은 당시 사건 때 비가 많이 온 점에 착안해 현장에서 확보한 245㎜의 족적이 실제보다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 255㎜로 범인의 족적을 계산한 뒤 수사에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 씨는 이후에도 화성사건으로 2차례 더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풀려났다.

이때는 9, 10차 사건이 벌어진 시기로 경찰은 이들 사건의 증거물에서 확보한 범인의 체액을 분석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지만, 이 씨는 O형인 탓에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당시 혈액형 분석이 왜 틀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이 씨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이 씨가 어떻게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렸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진술을 받거나 확인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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