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따라 엇갈린 집값

입력 2019-10-03 16:50   수정 2019-10-0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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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집 사겠다는 전화를 받느라고 일도 못했습니다. 호가도 수천만원 뛰었습니다.”

3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K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 발표 이후 둔촌주공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만 해도 14억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던 둔촌주공1단지 전용면적 79㎡ 매도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정도 올라 15억원대를 넘었다. 그러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동작구 흑석3구역 등 유예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들은 덤덤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둔촌주공 매물 품귀

둔촌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소유주들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유예 조치로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분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이 단지는 이달 중 철거를 마치고 다음달 15일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는 게 가능하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유예가 발표된 1일 오전까지만 해도 시세보다 5000만원 싼 급매물도 있었는데 발표가 나온 오후부터 싹 들어갔다”며 “발표 전날 매물을 내놨다가 하루 만에 매도 계획을 철회한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D공인 관계자는 “매도인들이 기존 희망가에서 1억원씩 더 받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유예가 확실시되는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의 급매물들도 자취를 감췄다. 반면 매수 문의는 쏟아졌다. 지난 2일 오후 방문한 이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30여 분 대화를 하는 동안 다섯 차례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은 늦게 팔수록 이득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둔촌주공과 개포주공4단지를 포함해 내년 4월까지 분양이 가능한 단지는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래미안 원베일리) 등이 꼽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유예 조치가 호재는 맞지만 상한제를 피했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규정은 그대로 적용된다”며 “호가 상승이 실제 거래 증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포1단지 등 관망세

상한제 유예 여부가 불투명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도 걸려온 전화가 적지 않았다. 다만 “상한제를 회피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개포주공1단지는 4월 말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마지막 한 가구가 퇴거함에 따라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이다. 개포동 T공인 대표는 “조합에서는 어떻게든 4월 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하겠다고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며 “호가는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으나 확신하지 못하는 매수인들이 아직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매매거래는 뚝 끊겼다. 이 단지는 조합원 간 소송 등으로 이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반포동 B공인 대표는 “당장 호가가 확 빠지진 않았다”며 “매수세가 뜸해지면 결국 가격도 떨어지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동작구 흑석3구역의 분위기도 차분했다. 흑석3구역은 철거를 마쳤지만 착공 시기는 계속해서 미뤄지는 상황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현재 조합 내 분쟁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6개월 이내에 분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다”며 “그래서인지 적극적으로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안혜원/구민기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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