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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 김씨의 개인전 ‘지독한 캔버스’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지난 3년간 작업한 ‘셀럽(Celebrity)’의 얼굴과 조선시대 달항아리 신작 30여 점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손을 마주 잡듯 화의(畵意)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시대적 의미를 던져주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정겹다. 지난 4월 강원 고성과 속초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로 작업실을 잃은 김씨가 여기저기 떠돌며 캔버스를 부여잡고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어서 더욱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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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유명인의 치열한 삶과 아우라를 잡아내기 위해 가느다란 철선이나 금속 핀을 재료로 선택했다. 먼저 캔버스에 드릴로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이미지와 형상을 완성한다. 2~3㎝ 길이로 자른 6~8㎜ 굵기의 철선을 빽빽하게 또는 듬성듬성하게 꽂거나 아예 텅빈 채로 남겨둔다. 여백의 미를 둬 부드러움과 견고함을 지닌 한국적 미감도 살려낸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았을 땐 강렬하고도 섬세한 얼굴 형상이 돋보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먹으로 그린 한국화의 농담이 느껴진다.
제작 과정은 노동집약적인 수공을 필요로 한다. 실존했던 사람의 준엄한 표정은 물론 미세한 주름까지 캔버스에 풀어내는 작업이어서 한 점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보름 이상 걸린다. 표현과 이미지를 최소화한 미니멀리즘이나 일필휘지의 순간 작업과는 다르게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인 작품들은 독특한 작업 방식 때문에 국내외 화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작가는 “최근 4~5년간 미국 최대 미술장터 뉴욕 마이애미아트페어에서는 출품작들이 완판되기도 하고 국내 경매시장에도 가끔 등장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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