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는 해명자료에서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어 이중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근거를 댔다. 행안부의 논리는 A기업이 해외에서 낸 세금 100만원에 대해 중앙정부가 법인세에서 빼줬으니 지자체에 10만원 정도는 내도 된다는 식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들어본 얘기 중 가장 황당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행안부는 배포 자료에서 ‘(2014년부터) 법인지방소득세에 외국납부세액을 빼주지 않아 법인의 세 부담은 증가하지만 증세와는 별개의 문제로 판단했다’고도 주장했다. 기업들이 법인지방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을 늘린 건 아니라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경제계 관계자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세금이 아니라 지자체 헌금이란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세원칙에 어긋난다’고 고법이 판결하고 이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린 것도 행안부는 깎아내렸다. 본안심리를 거친 확정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소송에서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게 행안부 논리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보면 대법원은 원안 판결에 잘못된 내용이 없어 굳이 확정판결을 내릴 필요가 없을 때 심리불속행을 결정한다. 판단을 유보한 게 아니라 고법 판결을 인정한 것이란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행안부는 자료 말미에 지방세법의 관련 조문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지금처럼 기업의 해외납부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에서 빼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중과세라는 기업 호소와 법원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잘못 걷어간 세금을 돌려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지자체는 수백억원을 환급해야 한다. 재정이 어려운 일부 지자체의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행안부를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기업들의 곳간을 털어가겠다는 것은 너무나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게 하면 세수는 저절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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