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를 준비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택시 단체와 손잡고 있다. 정부가 기존 택시 이외의 운송서비스는 택시 면허를 매입 또는 대여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택시 면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모빌리티 IT업체, 택시에 ‘러브콜’
카카오는 가장 적극적인 친(親)택시 모빌리티업체로 꼽힌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진화택시 중일산업 등 택시회사를 인수한 데 이어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도 사들였다. 이달 중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손잡고 대형택시 브랜드 ‘벤티’도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를 리뉴얼한 ‘카카오 T 블루’도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다.
티머니(옛 한국스마트카드)도 뛰어들었다. 서울지역 254개 법인택시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함께 택시 호출 앱(응용프로그램) ‘온다’를 다음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시범서비스로 내놓은 택시 호출 앱 ‘S택시’를 개선한 서비스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와 KST모빌리티는 5만 명의 개인택시 기사가 가입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택시 호출 플랫폼을 개발해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코드42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4월 현대자동차가 2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이달 초 기아자동차가 1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를 포함해 SK텔레콤 LG전자 CJ 등에서 총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IT 필요한 택시업계도 변화
모빌리티 IT 기업이 잇달아 택시 단체와 손잡는 이유는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안’ 때문이다. 국토부는 기존 택시 이외의 운송서비스는 택시 면허를 매입 또는 대여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모빌리티 IT 기업은 택시와 손잡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지난달 26일 “한국 모빌리티산업에서 택시는 매우 중요하다”며 “택시와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업계도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IT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IT 기술이나 플랫폼 운영 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타다와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오자 업계에서도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자본력과 플랫폼 영향력에서 밀리는 스타트업은 “사업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개편안에 포함된 택시 면허 총량제와 플랫폼 기여금이 진입장벽을 더 높였다는 지적이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수익성이 보장된 ‘안전한’ 사업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도전과 혁신 정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은 외면받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과도한 기여금과 총량 규제는 스타트업에 분명 부담”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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