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컵과 공의 정렬, 4분의 1까지 잘게 썰어 맞춰라"

입력 2019-10-03 17:36   수정 2019-10-04 00:19

퍼팅의 달인으로 유명한 벤 크렌쇼(67)는 ‘몰입’과 ‘일치’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골프와 코스, 골퍼가 하나 되면 긍정과 자신감이 증폭되고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일종의 ‘존(zone)’에 진입한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우리말로 하면 ‘무아지경’쯤 되겠는데요. ‘골프 여제’ 박인비(31) 같은 초특급 선수들은 이런 무아지경에 들어가는 빈도가 잦고, 또 머무는 시간도 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합니다.

무아지경은 연습의 산물

프로들의 이런 몰입은 결국 연습이 가져다준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린에서 하루종일, 보름 넘게 퍼팅 연습을 했더니 정말로 공에서부터 홀까지 파란색 또는 하얀색 선이 그린 위로 둥실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후배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무작정 연습을 많이 해 감각을 기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절박하게 경사를 읽으려 하죠. 라인을 잘게 썰어서 보는 ‘세분화’입니다. 1㎜ 차이로 홀인이 결정될 수 있으니 확신이 들 때까지 보고 또 봅니다. 경사와 브레이크가 잘 안 읽히면 홀 주변 동서남북 네 곳에서 보기도 하고 잔디 결과 색깔까지 따지면서 경사 정보를 수집하려 합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지만 홀컵 안쪽 테두리의 어느 쪽이 손상됐는지 보는 선수도 있다고 하네요. 더 많이 손상된 곳이 내리막 쪽이라는 거죠. 공이 강하게 부딪힐 확률이 높으니까요.


나만의 경사 등급을 몸에 기억시키자

경사를 읽는 기술도 점점 발달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플럼 바빙(plumb bobbing)’ 정도가 눈에 띄었는데 요즘엔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aimpoint express)’라는 것도 나와 꽤 많은 선수가 따라하는 것 같습니다. 이 방식은 경사를 어느 정도 표준화, 등급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손가락 한 개면 경사도 1단계, 손가락 두 개면 경사도가 좀 더 가파른 2단계, 이런 식으로 손가락 개수로 경사를 구분해 거기에 맞게 공을 곡선으로 굴리는 거죠. 에임포인트는 꽤 오래 수련해 몸에 익혀야 하지만 플럼 바빙은 상대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아요. 퍼터를 공 뒤에서 들고 샤프트를 자연스럽게 중력에 맡겨 늘어뜨린 뒤 샤프트를 공과 일직선에 놓으면 홀이 퍼터 샤프트의 오른쪽에 보이느냐, 왼쪽에 보이느냐에 따라 경사를 판단하는 기술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면 왼쪽이 높고, 왼쪽에 보이면 오른쪽이 높다는 거죠.

아마추어 주말골퍼가 이 정도로 공들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많아야 7~8분 간격으로 밀고 들어오는 다음 팀 때문에 시간을 편히 쓰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고요. 하지만 대충 홀컵 한 개, 두 개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 보는 건 삼가야 합니다. 퍼트감도 두루뭉술하게 입력될 수밖에 없거든요.

경사가 잘 안 보일 때 프로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아마추어와 다를 게 없습니다. 가운데를 보고 과감하게 치는 거죠. 홀인이 안 되더라도 홀에 맞고 튀어나온 공은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헷갈리면 처음 느꼈던 경사를 선택하세요. 이제 남은 건 용기입니다. 벤 큰렌쇼가 이렇게 말했다죠.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다. 용감하게 쳐라.”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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