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살린다며 1.6兆 늘린 공적기금…내수와 무관한 곳 사용"

입력 2019-10-04 17:10   수정 2019-10-05 01:32

정부가 내수를 살리는 데 쓰겠다며 올해 지출 계획을 1조6000억원 늘린 공적기금 중 일부가 ‘내수 진작’과는 무관한 데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등 8개 부처는 지난달 14개 소관 기금의 올해 기금 운용 계획을 바꿨다. 올해 지출 규모를 당초 14조2746억원에서 15조8662억원으로 1조5916억원(11%) 늘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기금 운용 계획을 변경, 1조600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해 투자·내수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사학연금의 올해 지출액은 3조6012억원에서 3조9479억원으로 3467억원(10%) 증액됐다. 이 중 80%에 가까운 2673억원은 연금 수급자 급여를 지급하는 데 쓰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은퇴 등 예상치 못한 수요가 생겨 지출 규모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그러나 “베이비부머가 갑작스럽게 은퇴하는 것도 아닌 데다, 연금 급여 부족분을 메꾸는 게 ‘내수 활성화’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각 부처가 ‘재정 퍼붓기’ 정책에 편승해 본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사업비를 마구잡이로 늘렸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의 3.7%를 떼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출액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사업(79억원)과 농어촌 전기 공급 사업(144억원) 명목 등으로 529억원이 늘었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은 지난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210억원이 감액된 사업이다. 그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에 슬그머니 사업비를 올려 잡은 것이다. 국가재정법은 기금 소관 부처가 국회 심의 없이 당초 편성한 사업비의 20% 한도 내에서 지출 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금의 세부 사업은 소관 부처가 결정할 사안이어서 관련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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