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습니다. 말할 수 없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CP)들이 여야 집중공세에 입을 꾹 닫았다. 구글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망 사용료를 정산하지 않는다며 '무임승차' 논란에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은 여야 의원들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 중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국내 업체와 글로벌 CP 간 역차별 해소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글로벌 CP의 무임승차 관행에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장에는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글로벌 CP들이 국내 통신사에 막대한 망 부담을 주면서도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망 사용료 지불에 대한 질의를 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존 리 대표에게 "페이스북은 KT 등과 망 사용 계약을 했다. 구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트래픽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데 망 사용료 지불 계획은 없냐"고 질의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유튜브는 이용자가 늘면서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구글은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면서도 "망 사업자와 논의 중인 사항은 기밀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망 사업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KT의 답변은 달랐다. 구글과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 중이냐는 이 의원 질의에 오성목 KT 사장은 "아직 구글과 구체적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협의할 용의는 있다"고 했다.
노웅래 국회 과방위 위원장의 질타도 이어졌다. 노 위원장은 "구글은 작년과 동일하게 세금을 한 푼도 안내고 있다. 올해는 망 사용료에 관한 입장 바뀐 게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존 리 대표는 "망 사용료와 관련해 전세계적 관행을 보면 구글이 관여된 국가의 99.9%가 비공식적 합의로 '무정산'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사실상 망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속 무임승차 하겠다는 얘기냐"는 노 위원장의 추가 질의에 존 리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해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정 대표는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소송에 대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소송 주체는 페이스북 아일랜드리미티드"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접속경로 변경으로 페이스북 국내 이용자들의 겪은 불편에 대한 질의에도 "파악하지 못했다. 소송에서 다뤄지는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 김 의원은 "이것이 페이스북이 국내 이용자를 바라보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CP들이 내놓는 불성실한 답변에 한국 지사가 아닌 본사 관계자를 불러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노웅래 위원장은 "페이스북과 구글 본사에 대한 청문회 등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국내 이동통신사가 받는 망 사용료가 해외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CP는 망 사용료 반대 입장을,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 증액 필요성을 각각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 추진 중인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국내 CP의 망 사용료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CP와의 역차별 해소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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