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 없이 발급 가능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체크카드를 ‘회원과 가맹점 간 계좌 이체 방식으로 결제하는 카드’라고 규정한다. 은행 계좌가 없다면 체크카드 결제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하나카드는 신용카드 소비자에게 결제의 반대급부로 돌려주는 ‘포인트’가 결제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현금화도 가능하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온라인 가맹점에선 포인트와 체크카드를 섞어 결제하는 ‘하이브리드 결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선 포인트로 결제하기 위해선 포인트를 사용할지 여부를 결제 전에 말해야 한다. 하나카드는 이런 절차를 없앤 ‘포인트 차감만으로 사용 가능한 체크카드’를 만들기로 하고 금융위에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포인트형 체크카드는 OK캐쉬백 카드, 해피포인트 카드 등 멤버십 카드에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 기능을 넣은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토스 체크카드, 카카오페이 체크카드와 원리가 같다. 다수 가맹점을 보유한 카드사 체크카드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포인트형 체크카드보다 결제의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게 하나카드 측 설명이다.
가장 큰 특징은 결제 계좌 필요없이 회원 가입만으로 발급 절차가 끝난다는 점이다. 기존에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계좌 개설을 위해 은행을 반드시 방문해야 했다. 모바일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포인트형 체크카드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포인트 100% 다 찾아 쓴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결제액 일부를 돌려주는 신용·체크카드를 운영한다. 포인트당 1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다가 포인트 사용 시기를 놓쳐 소멸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신용카드 포인트가 소멸된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가 현금 1원도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 제도 개선안을 카드 약관에 넣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도 499억원어치의 신용카드 포인트가 소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인트형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면 포인트를 날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하나카드 측 설명이다. 포인트 지갑이 곧 돈이 빠져나가는 계좌이기 때문이다.
하나카드는 포인트형 체크카드 잔액이 부족하면 출금 계좌에서 포인트로 자동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체크카드보다 한 단계 더 많은 현금→포인트→결제를 거친다. 하나카드는 이런 ‘계좌 연결형’ 말고도 현금을 미리 포인트로 바꿔놓는 ‘충전형’, 소액을 빌려주는 ‘소액신용한도’ 서비스를 도입해 ‘즉시 결제’를 가능하게 하기로 했다.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외국인과 미성년자의 사용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포인트의 ‘진화’는 어디까지
신한·국민·KEB하나·우리카드 등 은행 계열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영업을 열심히 했다. 체크카드 소비자가 늘어나면 은행의 요구불예금 계좌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다른 예·적금보다 줘야 하는 이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때문에 요구불예금을 선호한다.
하나카드의 포인트형 체크카드가 활성화하면 당장 KEB하나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가 다른 은행 계좌에 포인트를 연결해 놓거나 미리 충전해 놓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장기적으로 ‘포인트’를 ‘전자지갑’으로 진화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포인트형 체크카드를 내놓기로 한 이유다. 하나머니는 하나카드뿐 아니라 하나금융 계열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생명 등의 통합 멤버십 포인트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내놓은 환전지갑 서비스 이후 하나머니를 자발적으로 적립하는 소비자가 대폭 늘었다”며 “전자지갑은 서비스를 한 번 활성화해 놓으면 마케팅 여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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