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신규점포는 1년에 한 곳만…온라인 책시장 성장 외면한 탁상행정

입력 2019-10-06 17:36   수정 2019-10-07 03:08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일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을 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대형 서점은 앞으로 5년간 신규 점포를 1년에 1개만 낼 수 있고, 신규 서점에서 3년간 학습지와 참고서를 팔 수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서점업은 2013년 처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2016년에 재지정돼 올 2월 적용 기간이 만료됐지만 8개월 만에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이 됐다. 중기 적합업종이 민간 자율의 권고·합의 사항인 것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적 제재가 따른다. 규정을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위반 기간 매출의 5% 이내로 이행강제금도 부과한다. 중기부는 중소 서점들의 월평균 매출이 대형 서점 출점 이전 310만원에서 18개월 이후 270만원으로 줄었다는 수치를 지정 근거로 들었다. 대형 서점 인근 4㎞ 이내 중소사업체 수도 출점 이전 18개에서 출점 18개월 이후 14개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번 조치에 따라 대형 온라인 서점에 맞서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섰던 오프라인 기반 대형 서점들의 출점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4년 사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는 점포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2015년 19개였던 교보문고 매장은 현재 36개, 22개였던 영풍문고는 43개다. 하지만 대형 서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출판시장 침체로 기존 매장들의 매출이 줄고 신규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통계에 따르면 학습지와 신문, 잡지 등을 제외한 서적 출판업 매출은 2008년 1조4450억원에서 2017년 1조1698억원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대형 서점 3사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서울문고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 안팎이다. 1만원어치를 팔면 100원가량 남긴다는 의미다. 중소 서점만 힘든 게 아니라 출판산업 자체가 기울고 있다.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59.9%(2017년 기준)다.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게 현실이다.

대형 서점이 없으면 근처 동네 서점을 찾아갈까.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당일 받아볼 수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로 월정액을 내고 수만 권의 책 중 골라 보는 전자책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도서 구입 경로는 많아졌고 전자책, 오디오북 등 책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오프라인 출점 규제가 핵심인 이번 조치를 두고 ‘탁상행정’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중소 서점들은 “대형 서점 출점 규제로 이득 될 건 없다”며 한숨을 쉰다. 소비자들은 상품 선택권과 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미국 아마존은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 있다. ‘라이프스타일 백화점’이라 불리는 서점 브랜드 쓰타야는 일본 전역에 14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이런 혁신 기업이 한국엔 없다. 누구의 생계를 위한 건지 알 수 없는 ‘생계형 규제’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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