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실상 완전고용' 이라지만…곳곳에 켜진 경기 둔화 '경고등'

입력 2019-10-06 17:33   수정 2019-10-07 01:41

미국의 지난 9월 실업률이 3.5%로 집계됐다. 1969년 12월 이후 5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미국 정도의 경제 규모에 이 정도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평가된다. 하지만 걱정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더 많이 나온다. 월별 취업자가 작년에 비해 줄어든 데다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불안 요인도 불거졌다. 마이크 페롤리 JP모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큰 그림은 노동시장 및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아직 붕괴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일각선 ‘골디락스’ 평가

미국에선 지난주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줄줄이 부진하게 나온 뒤 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지난 4일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연 2.1%에서 연 1.8%까지 낮췄다.

하지만 9월 고용보고서가 나오자 다우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1.4% 이상 오르는 등 월가는 반색했다. 9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13만6000명 늘어 예상(14만5000명)을 밑돌았다. 그러나 직전 2개월 취업자 수가 4만5000명 상향 조정된 걸 감안하면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3개월 평균은 월 15만 명을 넘어 침체 선행 신호로 여겨지는 월 10만 명 선을 훌쩍 넘었다.

경제활동참가율(63.2%→63.2%)이 전월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취업자 수가 늘자 실업률은 3.5%까지 하락했다. 꾸준한 취업자 증가는 감세, 규제완화, 금융완화, 셰일혁명 등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셰일혁명은 에너지산업에서의 투자 확대 및 고용 증가뿐 아니라 미국 전체의 에너지 가격을 하향 안정시켜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 경제가 일부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며 “좋은 경기를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게 Fed의 임무”라고 밝혔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달 29~30일 열린다.

미 경제 곳곳에 불안 요인

실업률 하락 등 노동시장의 겉모습은 좋았지만, 내용을 보면 불안 요인이 상당하다. 9월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0.04% 낮아진 28.09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 2.9% 높아졌지만 예상(3.2%)에는 못 미쳤다. 이는 통상 향후 고용시장이 냉각될 수 있음을 뜻한다.

노동인구와 노동참여율은 정점에 다가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인 공고가 1년째 700만 개를 넘는 등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줄어든 이유가 기업들이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25~54세 노동인구의 노동참여율은 82.6%로, 2007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반(反)이민 정책으로 신규 노동력 유입을 막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결국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좋은 인력풀이 남아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 영향도 드러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초부터 약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 제조업에선 지난달 2000개 일자리가 감소했다. 일자리가 전달보다 더 증가한 곳은 의료, 교육, 사업서비스, 건설, 호텔·식당업 등이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무역전쟁과 세계 경제 둔화가 이어지면 이런 분야에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부문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감소(1분기 16만5000명→2분기 14만6000명→3분기 11만9000명)한 것도 우려 요인이다. 미 경제를 지탱해온 가계소비가 향후 위축될 수 있어서다. 월가는 실업률이 반세기 만의 최저 수준이지만 전체적인 경기가 둔화 쪽으로 기울고 있어 Fed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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