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의 ‘재정지출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경기 침체 극복’을 이유로 기회만 있으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고교 무상교육 조기 도입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비타당성 면제 등 쏟아지는 선심성 복지정책과 지역 민원 사업 탓에 재정 건전성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적지 않다. 약 20% 선인 조세부담률을 올리지 않으면 작년 38.2%인 국가채무 비율이 2050년엔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를 넘어 재정 파탄 위기를 맞을 것이란 경고(국회 예산정책처 ‘2020~2050 재정 추계’)도 나왔다.
정부가 지금처럼 재정정책을 경제 논리로 따지지 않고 ‘정책적 배려’와 ‘지역 균형’ 등 이념적으로 접근하면 국가채무는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선거 때마다 여야 구분 없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 경쟁을 벌이는 한국의 후진적 정치 풍토를 감안하면 그럴 개연성은 더 커진다. 이런 점에서 재정전문가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최근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제안한 ‘정부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운 재정감시기구 설치’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정치적·제도적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립적인 재정감시기구가 정부 재정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발표하면 ‘재정 만능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정당들의 공약을 평가하면 극성을 부리는 포퓰리즘도 상당 부분 제어할 수 있다. 정치권이 ‘재정 건전성’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재정감시기구 법제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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