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하는 한·일 정책 차이

입력 2019-10-07 16:59   수정 2019-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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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0%로 인상했다. ‘소비세’라고 하지만 그 내용은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구조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9년 4월, 3%의 세율로 소비세를 도입했다. 1997년 5%로, 2014년엔 8%로 올렸다. 일본은 이처럼 조금씩 단계를 밟는 일처리 방식을 선호한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7년, 한국이 10%의 세율로 단번에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던 것을 떠올리면 일처리 방식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진적인 소비세율 인상은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대중과세에 익숙하게 해 복지지출 증대에 대처하려는 정책 의도가 배어 있다. 10%로 세율을 인상함에 따라 일본의 소비세율은 한국의 부가가치세율과 같아졌고, 소비세 입지도 한껏 높아졌다. 소비세 도입 직후인 1990년 소비세는 국세 수입의 9.2% 정도였으나, 2018년에는 27.9%로 높아져 소득세 비중(30.3%)과 비슷해졌다(日 재무성 자료). 반대로 한국은 1990년 당시 부가가치세 비중(27.4%)이 소득세(18.2%)보다 훨씬 높았으나 2018년에는 소득세 비중(29.3%)이 부가가치세(23.8%)보다 높아졌다(韓 통계청 KOSIS 자료).

머지않아 한국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과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부담 급증이란 ‘이중 충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중 충격은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여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충격보다 훨씬 심각한 경착륙을 겪을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습성이 강한 한국으로서는 자칫 이중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소비세율 인상은 지방재원 확충에도 기여했다. 일본은 1997년 소비세율을 5%로 올리면서, 그중 1%포인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를 창설했다. 10%로 세율을 인상할 때는 그중 2.2%포인트를 지방소비세 재원으로 만들었다. 늘어나는 지방의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Revenue Statistics. 이하 같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방소비과세는 일본이 1990년 0.9%에서 2018년 1.6%로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한국은 1.1%에 머물고 있다.

요컨대 일본은 ‘사회보장복지지출 재원 마련’이라는 정책 목적을 가지고 소비세율 인상을 조정해 온 반면 한국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소비세율을 30년간(1989~2019) 3%에서 10%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취한 데 비해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42년간(1977~2019) 10% 그대로다.

일제강점기부터 시행된 소득세(1934년)는 일본의 영향이 강했다고 하더라도 일반 소비세(부가가치세)는 일본보다 선진적이었다고 자부심을 갖던 한국이다. 그러던 한국이 곧 들이닥칠 이중 충격(인구절벽 및 사회보장관계비 급증)에 대한 대비는 뒷전으로 미루는 느낌이다.

GDP 대비 소비과세 부담률은 OECD 평균이 10.4%다. 한국은 7.4%, 일본은 6.1%라는 점에서 보면(2017년) 한·일 모두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일본은 앞으로도 대중과세인 소비세 인상에 조금씩 익숙해져 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젊은 세대의 장래 불안 해소책 마련과 함께 이중 충격 최소화를 위한 부가가치세 인상을 준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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