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LNG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 대체 앞당겨야

입력 2019-10-07 17:13   수정 2019-10-08 00:14

정부는 2017년 10월 국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국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 비중 축소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국내 전력 생산의 66%를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청정화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적 발전 연료인 석탄을 탄소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비싼 수입 가격이 큰 부담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저렴한 셰일가스가 생산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수출국을 지향하고 있어 한국은 호기를 맞았다.

정부는 2년 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신규 LNG발전 6.9GW 증설을 확정했다. 올해 말 확정 예정인 제9차 계획에서 추가 증설이 예상된다. 이는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서 의미가 크지만 큰 문제가 남아 있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LNG발전의 주기기인 가스터빈 149기는 25년에 걸쳐 전량 수입됐다. 그 결과 완제품 도입에 8조1208억원, 부품 조달 등에 4조2104억원이 해외로 유출됐다. 이대로라면 국가 에너지 전환이 달성되더라도 발전설비는 계속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6년 전 발전용 가스터빈 국가 기술개발 사업에 들어갔다. 이 기술은 그간 국내 기술진의 오랜 염원이었음에도 선진국 대비 30년 이상 벌어진 기술격차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정부는 산업체가 이를 독자적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국가적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시도는 결과적으로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국내 제조업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기회가 됐다. 즉 해외 업체들이 독점해온 국내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에 국내 산업체가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정부가 제공한 셈이다.

정부 주도 사업으로 확보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산업체들이 개발 중인 가스터빈 국산 고유 모델은 올해 조립 완료 후 시운전을 거쳐 2022년 말 상용 운전 예정이다. 개발 초기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30년이었는데 상용화 완료 시점엔 3년으로 줄어든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40년간 석탄 및 원자력 위주로 성장해온 국내 산업체들은 이제 LNG발전이라는 신산업에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이를 위해 시운전 설비 건설을 포함, 1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완제품을 구성하는 3600여 종, 4만여 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 업체 263곳이 참여하고 있어 제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도 국내 기술진은 선진국과의 남은 기술격차 3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30년 격차 극복 여정보다 어려울지 모른다. ‘빠른 추격자’를 뛰어넘어 ‘선도자’로 도약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에 도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산 고유 모델의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간 축적된 기술을 국가적 자산으로 삼기 위해서는 국내 발전사에 국산 고유 모델의 국내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LNG발전 비중 확대는 국산 기술의 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후 산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해 국내 제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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