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엄포'에도…원베일리 '임대후 분양' 첫 공식화

입력 2019-10-08 16:55   수정 2019-10-08 20:40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임대 후 분양’ 방식이 등장했다.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제3의 방식을 모색한 것이다. 8일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 재건축조합이 10일까지 기업형 임대사업자 입찰을 진행한다.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짓는 2971가구 가운데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던 346가구를 운영할 임대사업자를 뽑기 위해서다.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일단 임대로 돌렸다가 향후 분양 물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조합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들고나온 건 어떻게든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지만 어차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관리를 받아야 한다. HUG 규정대로라면 최근 분양보증을 받은 반포우성의 분양가(3.3㎡당 평균 4891만원)를 넘을 수 없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원대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에 분양해야 하는 셈이다. HUG 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을 선택한다면 더 엄격한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의무임대 기간 만료 뒤 분양전환하는 가격은 사업자의 자율이다. 분양 대상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서울 정비사업에서 명문화된 임대 후 분양 방식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개발사업에선 전례가 있다.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처음 시행될 당시 ‘한남더힐’이 임대 후 분양을 통해 가격 통제를 피했다. 2017년 ‘나인원한남’도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임대 방식으로 공급됐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임대 후 분양 방식을 진행하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면 이달 말 조합원 총회와 본계약까지 속전속결로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업 진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아직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은 것도 아니다.

일반분양으로 계획했던 가구를 임대로 돌리기 위해선 정비계획부터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까지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사업 방식은 아니지만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임대 전환을 관청에서 용인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하려면 하라’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땅이 단독 소유라면 추진하기 쉽겠지만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정비사업은 총회 통과조차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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