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배신 당한 '동맹'…쿠르드族의 눈물

입력 2019-10-08 17:03   수정 2020-01-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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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는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의 주요 거점이다. 쿠르드족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터키군은 일부 YPG부대를 겨냥해 포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일간 사바흐는 8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알말리키야 마을에 있는 YPG 부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도 터키군이 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기지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미군 철수가 터키에 침공 기회를 줬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이제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병사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며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쿠르드족은 우리와 함께 싸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돈과 장비를 지급받았다”며 “우리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곳, 승리할 수 있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의 쿠르드족은 2013년부터 미국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함께 싸워왔다. IS와의 전쟁에서 사망한 쿠르드족 전사자만 1만여 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IS 격퇴전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뒤에도 ‘전우를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시리아에 미군 1000명을 배치해왔다. 이 병력은 터키의 위협으로부터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터키 정부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특히 YPG가 터키 내 분리주의자 세력인 쿠르드노동당(PKK)과 연계된 조직이라고 판단하고 이들을 척결하려 했다.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면 쿠르드족은 터키와의 완충지대가 사라져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미 정계에선 초당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IS 격퇴라는 임무를 함께한 쿠르드족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위터에 “터키가 도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면 나는 터키의 경제를 완전하게 말살시킬 것”이라고 올렸다.

쿠르드족은 4000여 년간 한 번도 독립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셋방살이’를 해온 비극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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