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정치협상 시작…여야 '동상이몽'

입력 2019-10-08 17:06   수정 2019-10-0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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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착수하기로 한 검찰개혁 논의가 벌써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의회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에 등 떠밀려 협상엔 나섰지만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서로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에 실패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사법개혁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면 제2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 는 우려도 나온다.


협상 시작엔 합의했지만…

8일 국회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모여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등 패스트트랙 안건을 논의하는 ‘정치협상회의’가 이르면 10일 열린다. ‘의회 정치’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광장 정치’가 메우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당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합의한 결과다.

여야 원내대표들도 검찰개혁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다룰 ‘3+3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나 원내대표는 “다음주부터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각 당의 관계된 의원을 한 명씩 지정해 3+3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진짜 검찰개혁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법론을 둘러싸고 각 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어 합의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3+3 협의체에 대해서 “협의체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아직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개혁 방안도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법개혁이 신속하게 진행돼 공수처가 설치되는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며 공수처 신설을 기정사실화했다.

한국당은 공수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집권 세력으로부터 검찰 예산과 인사를 독립시키는 방식의 개혁을 주장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공수처는 권력에 의한 검찰 장악일 뿐”이라고 말했다.

상정 시점 놓고도 ‘충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 법안의 법사위 심사기간은 오는 26일까지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법안은 원래 법사위 소관이라는 이유로 최장 90일에 달하는 별도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넘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 28일부터 문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180일 기한이 끝나는 10월 28~29일이 되면 얼마든지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직권상정 권한을 가진 문 의장은 다음주께 여야 합의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당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생략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90일이 더 지난 내년 1월 28일이 돼야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90일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 불비(不備)라는 것이 공식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사법개혁안과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선거법 개정안도 변수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사법개혁안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협상이 틀어질 경우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 표결을 추진할 때다. 국회 관계자는 “한국당이 끝까지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부하고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할 경우 국회가 크게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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