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일 ‘10·1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분양가 상한제 민간 아파트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입법예고를 마친 뒤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즉 내년 4월 말까지 상한제 적용이 유예된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 의지는 강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 민간 아파트들의 주거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아파트를 신축할 때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들을 제외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거단지 고급화를 꾀하는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고급 아파트를 표방하는 단지들은 조경과 자재 고급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이런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원가에 부담을 갖는다면 아파트 고급화, 설계 혁신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자재값과 땅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분양가를 옥죄면 기업 경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저렴한 자재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반적으로 아파트 품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과거 정부 시절 ‘반값 아파트’를 보면 아파트의 품질이 분양가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사업비 절감을 위해 지하주차장 1개 층을 덜 파거나 층간소음 방지 기능을 법령이 정한 만큼만 시공하면 주거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파트 품질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입주한 신축 아파트들의 분양가를 감안했을 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품질이 저하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보다 정비조합과 시공사의 윤리 문제가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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