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로 고급 신축아파트 나오기 힘들 듯"

입력 2019-10-09 14:16   수정 2019-10-09 14:17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경쟁력 높은 신축 아파트가 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를 지을 때 일반분양가가 당초 계획보다 낮게 책정되면, 그만큼 커뮤니티 시설, 조경은 물론 아파트 설계와 자재 선택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지역 알짜 입지에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상한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일 ‘10·1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분양가 상한제 민간 아파트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입법예고를 마친 뒤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즉 내년 4월 말까지 상한제 적용이 유예된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 의지는 강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 민간 아파트들의 주거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아파트를 신축할 때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들을 제외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거단지 고급화를 꾀하는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고급 아파트를 표방하는 단지들은 조경과 자재 고급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이런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원가에 부담을 갖는다면 아파트 고급화, 설계 혁신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자재값과 땅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분양가를 옥죄면 기업 경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저렴한 자재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반적으로 아파트 품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과거 정부 시절 ‘반값 아파트’를 보면 아파트의 품질이 분양가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사업비 절감을 위해 지하주차장 1개 층을 덜 파거나 층간소음 방지 기능을 법령이 정한 만큼만 시공하면 주거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파트 품질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입주한 신축 아파트들의 분양가를 감안했을 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품질이 저하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보다 정비조합과 시공사의 윤리 문제가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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