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기도 전에 '난타전'…美·中 협상, 스몰딜도 어렵다

입력 2019-10-09 14:31   수정 2019-10-10 01:14


미국 워싱턴DC에서 10~11일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난기류에 빠졌다. 미국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탄압과 관련한 중국 기업 및 기관 28곳을 제재 목록에 올린 데 이어 중국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협상 일정을 단축해 조기 귀국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포괄적인 합의(빅딜)’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부분적인 합의(스몰딜)’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신장자치구의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등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거나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정부 관리와 공산당 간부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자 발급 제한은 이들의 직계 가족에게도 적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신장자치구에 대한 탄압을 즉각 끝내고 임의로 구금한 모든 사람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신장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과 관련해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다화 등 기업 여덟 곳과 신장자치구 인민정부 공안국 및 19개 산하기관 등 모두 28개 중국 정부 기관을 제재 목록에 올린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미국은 또 공적연기금의 중국 주식 등 대(對)중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지난 1일 이와 관련한 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며 “공적연기금의 중국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국 자본통제를 겨냥한 미국의 첫 번째 조치라는 상징적인 중요성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와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신장자치구에서 인권 문제는 일어나고 있지 않으며 미국의 주장은 개입을 위한 날조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국 측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이번 협상에 ‘시진핑(習近平) 특사’ 직함을 달지 않고 참석할 예정이라고 9일 보도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에게 어떤 권한도 위임하지 않았고 논의를 하기 위한 지침도 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SCMP는 미국 측에 핵심 쟁점을 모두 아우르는 빅딜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류 부총리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의 산업정책과 정부 보조금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SCMP는 중국 협상단이 귀국 날짜를 당초 12일에서 11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이 고위급 협상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10일 이후 5개월 만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보류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5월 협상 결렬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15일부터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릴 전망이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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