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적립금 배 갈라 한전공대 짓는 데 쓰겠다니…

입력 2019-10-10 17:35   수정 2019-10-1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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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을 지원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한국전력, 4일)

“전력기금으로 한전공대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산업통상자원부, 7일)

한전공대 설립을 놓고 불과 3일 만에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한전공대에 전력기금을 투입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전력기금 전용의) 법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또 “한전공대 설립이 국정 과제여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한전이 적극 부인해온 것과 달리 상급기관인 산업부는 이날 전력기금의 한전공대 투입 가능성을 처음 공식화했다.

전력기금은 전기 사용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전기요금 중 3.7%를 떼 적립하는 돈이다. 전기사업법 제51조에 따라 ‘전력산업의 기반 조성 및 지속적인 발전’ 명목으로 쓸 수 있다. 산업 용도인 기금을 한전공대 지원과 같은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꾸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현실화하면 전 국민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한전공대의 ‘설립 기간’은 2025년까지다. 비용은 8289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차기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우선 개교한다. 한전공대의 효용성 논란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전국에 5개나 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공약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솔직한 전언이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설립 주체인 한전은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작년 208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손실을 냈다. 누적 부채는 123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그동안 별도로 적립돼온 전력기금으로 눈을 돌린 배경이다.

전력기금엔 여유자금이 쌓여있는 게 사실이다. 작년 말 기준 4조1848억원이다.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등 지출 항목 대비 국민의 부담 요율이 높아서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준조세’ 중 하나가 이 기금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말 ‘전력기금 요율을 낮춰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을 정도다. 성 장관 역시 “전력기금의 과다 적립 논란을 알고 있느냐”는 국감 질의가 나오자 “에너지경제연구원에 관련 용역을 발주했는데 이달 말 결과가 도출되면 (부담 요율 인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아도는 전력기금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시행령까지 바꿔 ‘쓸 곳’을 찾을 게 아니라 국민 부담 경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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