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사실상 '휴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서구 언론들은 일제히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중은 지난 10일~11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을 벌인 끝에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연간 구매량을 최대 500억 달러까지 늘러는 데 합의했고, 미국은 당초 오는 15일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30%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양 측은 이와 함께 환율 조작 문제, 지적재산권 보호장치 강화 등에 대해서만 합의하는 '미니 딜'을 성사시키며 무역 전쟁 확전을 중지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중국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은 채 미국이 추가 관세를 유예시켰다며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요구 금지,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금지 등 구조적 개혁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라며 "결국 중국은 구조개선 분야에서 하나도 양보하지 않은 채 관세 부과 유예를 얻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대신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언급하며 "이는 중국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사육 돼지의 약 50%를 살처분해 중국 자체 필요에 의해 미국산을 수입해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협에서 중국의 구조적 개혁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입을 모은다"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약속만으로 미국이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을 비판했다.
이어 워싱턴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스콧 케네디 센터장의 말을 빌려 "미국은 향후 몇 개월 동안 관세 인상을 피하고 금융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 협상 결과에 매우 만족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제 시간은 중국편"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임을 간파한 중국이 무역 협상서 양보를 하지 않고도 휴전을 이끌어 냈다는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에 들어가기 전에 무역전쟁을 종료했어야 했다. 미국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가는 관세폭탄을 더이상 쓸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