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태풍 하기비스·지진 콤보, 후쿠시마 원전 '빨간불'

입력 2019-10-13 15:53   수정 2020-01-11 00:02



일본에 태풍 하기비스에 지진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이상 경보가 울린 사실이 알려져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는 12일 저녁 일본 열도에 상륙해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다. 일본 국영방송 NHK는 13일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이틀 사이에 쏟아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비로 이날 오전까지 사망자는 18명, 행방불명자는 13명이었다. 부상자는 14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기비스는 12일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에 상륙한 후 밤새 도쿄 등 수도권 간토 지방에 비를 뿌렸다. 이후 13일 정오 무렵 일본 삿포로 남동쪽 태평양 해상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온대 저기압으로 변질하며 사실상 소멸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풍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가나가와현의 인기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에는 이날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1001㎜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같은 시간 시즈오카현 이즈시 이치야마에선 760㎜,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우라야마 687㎜, 도쿄 히노하라 649㎜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들 지역은 모두 기상청의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건물이 무너지고 제방이 붕괴하는 등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지바현 이치하라시에선 돌풍으로 차량이 옆으로 넘어져 주택이 파손되며 1명이 숨졌고, 군마현 도미오카 시에서도 산의 토사가 무너져 민가를 덮쳤다. 나가노현 도미 시에서는 교량이 무너졌고, 이 때문에 차량 3대가 강으로 떨어져 차량에 타고 있던 이들이 행방불명됐다.

여기에 12일 오후 6시 22분 지바현 남동부 먼바다에서 규모 5.7로 추정되는 지진까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진원의 깊이는 80㎞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진동 발생 지역이 하기비스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어서 불안감을 키웠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이상 경보가 감지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주변이 기록적인 폭우로 문제가 생길 경우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 12일 오후 4시 55분쯤 후쿠시마 원전 2호기 폐기물 처리 동의 오염수 이송 배관에서 누설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검지기의 경보가 울린 후 "오염수 누설은 없었고, 빗물 때문에 누설 감지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담수화 처리 설비들에서 누수 경보가, 방사성 핵종 여과 시설에서 여과물 유출경보가 울렸고, 오염수 유출을 감시하는 장치에서도 전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새벽에도 후쿠시마 발전소 세슘 흡착탑 보관시설에서 누설 경보가 작동했다. 하지만 이후 경보장치가 울린 것에 대해 도쿄전력 측은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후쿠시마 원전 1호기부터 4호기 전체의 오염수 이송 작업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풍은 소멸됐지만 복구 작업은 더디다는 반응이다.

도쿄 인근 수도권 지역에는 대량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도쿄도와 시즈오카현 등에서 43만500호에 전력공급이 끊겼고, 인터넷 등 통신도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잠기면서 도로와 철도도 끊겼다. 여기에 하늘길도 막혔다. 도쿄 하네다, 나리타 공항에선 착륙 제한이 해제됐지만, 출발 편은 대부분이 결항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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