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nysus(디오니소스)’로 콘서트의 문을 연 방탄소년단은 2시간40분 동안 24곡을 선사했다. 첫 곡부터 자리에서 일어선 팬클럽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비롯한 다양한 빛깔의 아미밤(야광봉)을 흔들며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멤버들은 한국어와 아랍어, 영어를 섞어 가며 리야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3만여 명의 사우디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리더 RM은 리야드와 사우디를 ‘알리야드’ ‘수우디야’라는 사우디 현지 발음으로 부르며 친근함을 표했다. 뷔는 아랍어로 “아홉브쿰 아르미(사랑해요 아미)”라며 애정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아랍도 춤추게 했다. 검은색 통옷인 아바야를 입고 얼굴에 니캅, 히잡, 차도르를 쓴 여성 팬들은 소리 높여 한국어, 영어 가사를 따라 불렀다. 처음엔 좌석에서 점잖게 무대를 지켜보던 남성들도 공연 후반부엔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우디에서 34년째 살고 있다는 요르단인 라드완 아타윌 씨(53)는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어메이징”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가 메들리로 이어지자 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국악 장단이 가미된 ‘IDOL(아이돌)’을 부를 땐 아미들이 “지화자 좋다. 얼쑤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추임새 가사를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발음으로 떼창했다.
슈가의 솔로 퍼포먼스 땐 무대 화면에 보랏빛으로 물든 도시가 비쳤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공연을 앞두고 킹덤센터를 비롯한 리야드의 주요 랜드마크 빌딩들은 보라색 조명으로 외관을 장식해 특별한 ‘아라비안나이트’를 만들었다. 뷔는 “우리가 이런 공연장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며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이날 공연은 사우디의 문화 개방과 K팝의 확장이 맞물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사우디는 2017년 여성들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는 한국 미국 등 48개국을 대상으로 관광비자를 처음 발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 세계 아미들의 사우디 공연 관람이 한결 수월해졌다.
지난 5월부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17차례에 걸쳐 90만 명 이상 동원한 방탄소년단은 이달 26·27·29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으로 월드투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리야드=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