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규제 248건·보험 370건 vs 자본시장은 3000건 넘어

입력 2019-10-14 17:13   수정 2019-10-1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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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금융투자회사를 혁신적 투자은행(IB)으로 키워내 ‘금융 빅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자본시장 규제만 슬금슬금 늘면서 모험적인 금융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4일 국무조정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자본시장법과 하위규정 등이 포괄하는 금융투자회사 관련 규제조항은 모두 113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다른 금융 관련 법률에 산재해 있는 자본시장 관련 규제와 자율규정, 모범규준,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를 합하면 3000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관련 규제는 다른 업권을 규율하는 법령과 비교해도 훨씬 많다. 은행업법상 규제가 248건, 보험업법상 규제는 370건이다.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이 원래부터 규제 강화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법 제정이 지닌 가장 큰 의미는 모든 것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 사항을 나열하는 ‘열거주의’ 규제체계를 원칙적으로 모든 사항을 풀어주되 꼭 필요한 것만 금지하는 ‘포괄주의’ 규제로 전환했다는 점에 있다. 업권별 규제를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기능별 규율체제로 바꾸고, 금융투자사에 겸영 및 부수업무를 허용해 가능한 업무범위를 넓힌 점도 성과로 꼽힌다. 이를 통해 금융투자회사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유도해 골드만삭스 등과 견줄 수 있는 IB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법 시행을 1년 앞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리먼브러더스 등 글로벌 IB가 파산하며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도 규제 강화로 돌아섰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됐지만 법조문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규제가 하위규칙과 자율규정,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로 스며들었다. 포괄주의라는 자본시장법상 규제 원칙은 사문화됐다. 당시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으로 자본시장법 제정 실무를 주도했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법 하위규정과 실제 법 운용과정이 지나치게 보수화된 탓에 법률과 하위규정 간 또는 법률과 감독관행 간 괴리가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에 혁신 사업자를 등장시키기 위해선 하루빨리 포괄주의 규제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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