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경심은 예정대로 구속수사 방침…"조국은 기소 안 할 수도"

입력 2019-10-14 17:29   수정 2019-10-15 00:51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14일 5차 소환 조사를 했지만 조 장관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6시간여 만에 조사를 중단했다. 검찰은 법과 원칙대로 조 장관 일가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정 교수를 수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 조 장관의 사퇴로 ‘동정 여론’이 커지면 검찰이 정 교수와 함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는 조 장관에 대해선 기소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예정대로 이번주 내 영장 청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조 장관 사퇴 보도 이후 정 교수가 갑자기 조사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조사 6시간 만인 오후 3시15분께 귀가시켰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으로 이동했다”며 “의료진과 상의한 뒤 향후 조사 일정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의 조사 시간이 짧았던 만큼 추후 한 차례 이상 다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 조 장관 사임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며 “법과 원칙대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다섯 차례 소환 조사 과정에서 검찰과의 문답 내용을 살피는 조서 열람에 상당한 시간을 요구해 검찰 조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정 교수의 소환 조사는 조 장관 일가의 사학재단인 웅동학원 의혹에 집중될 전망이다. 그동안 소환 조사를 통해 조 장관 일가의 3대 의혹(자녀 입시, 사모펀드, 사학재단) 가운데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의혹에 관한 실체 규명은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번주 안에 정 교수의 소환 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불구속 기소 하나

조 장관 사퇴로 변수가 된 것은 조 장관에 대한 신병처리와 기소 부분이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 관련 3대 의혹에서 정 교수와 같은 비중으로 사건 중심부에 조 장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녀 입시 의혹에서 업무방해 혐의, 사모펀드 의혹에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이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정 교수에 이어 조 장관까지 구속수사와 기소를 추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장관은 비록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향후 총선 출마 등 다양한 재기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그렇게 욕을 먹던 사람도 막상 자리를 떠나면 동정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조 장관 지지자 사이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검찰이 조국을 몰아냈다’는 여론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봐주기’를 할 명분이 적다는 시각도 있다. 다음 정권 때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다시 가동되고 이번 수사에 대해 재점검이 이뤄질 경우, 분명한 증거와 진술이 있는데도 수사를 게을리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 수뇌부가 ‘대의적’ 차원에서 조 장관에 대한 불구속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면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엔 고위공직자 비위 행위가 나왔을 때 사퇴하는 대신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이른바 ‘딜’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조 장관 수사가 알려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조 장관이 사퇴했다고 검찰이 봐준다면 그동안 ‘조국 수사’의 순수성에 대한 비판만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과거 비위 행위에 연루된 장관이 직에서 물러난 이후 검찰에 구속된 사례도 많았다. 1999년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은 부인이 ‘옷로비 사건’에 휩싸이자 임명 15일 만에 경질됐으며 이후 구속됐다. 뇌물 혐의를 받던 이형구 전 노동부 장관도 1995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직전 경질돼 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됐다.

일각에선 조 장관 수사가 마무리된 뒤 윤 총장이 거취를 고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개인적으로는 사퇴를 원하더라도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대검 간부들이 직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어 상당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조 장관의 사의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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