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리아 북동부 주둔군 철수에 요동치는 중동정세

입력 2019-10-15 07:22   수정 2019-1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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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시리아 북동부 주둔군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중동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의 미군은 터키는 물론 남부의 알아사드 정권에게서도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쿠르드족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앞장서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YPG)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최대 안보위협 세력으로 여겨왔다.

8년에 걸친 내전 끝에 승기를 잡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게도 쿠르드족은 국토의 3분의 1가량을 무단 점령한 반역 세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군의 존재가 알아사드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시리아 정부가 쿠르드족을 공격하다 자칫 미군의 개입을 부를 경우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터키와 시리아 정부군의 위협에서 쿠르드족을 보호해온 미국이 지난 6일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갑자기 발을 빼버렸다. 터키는 미국이 불개입을 선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을 공격했다.

중화기와 제공권을 앞세운 터키군의 압도적인 화력에 견디다 못한 쿠르드족은 '어제의 적'인 알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밀었고 알아사드 정권 역시 '미국이 내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선은 이제 터키 대 쿠르드족이 아닌 터키 대 시리아의 국가 간 대치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황이 터키와 시리아의 정면 대결로 치달을지는 미지수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경에서 30∼35㎞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터키는 480㎞에 달하는 시리아 국경을 따라 폭 30㎞의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터키가 당초 목표대로 여기서 멈춘다면 전선이 크게 확대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알아사드 정권의 반격 의지다.

알아사드 정권은 내전 기간 반군을 지원해온 터키에 오래전부터 적개심을 표출해왔다.

알아사드 정권이 터키군의 진격을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이 아닌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으로 볼 경우 영토 수복을 위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터키와 비교하면 시리아 정부군 역시 양과 질에서 크게 뒤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8년에 걸친 내전으로 병력 소모가 극심한 시리아 정부군은 지상군은 이란에, 공군은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군 철수로 생긴 힘의 공백을 러시아와 이란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할 경우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친이란 세력을 연결하는 통로를 구축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 쿠르드족은 다시 한번 독립국 건설의 꿈을 접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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