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이고 변동성 낮추고"…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뜬다

입력 2019-10-15 16:10   수정 2019-10-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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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채권 등까지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가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데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2.9% vs 해외 11.4%

수익률을 높이면서도 변동성을 낮추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마법은 이미 입증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올해 수익률은 2.9%(9월 30일 기준)에 불과했지만 해외 주식 및 채권 포트폴리오는 네 배가량인 11.4%에 달했다. 올 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데다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 글로벌 금리 인하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15년간 투자 수익률과 변동성을 따져보더라도 글로벌 분산투자가 유효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국내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주식, 신흥국 주식, 해외 채권, 신흥국 채권, 글로벌 리츠, 원자재 등 여덟 가지 투자 상품을 골고루 담은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연평균 6.9%로 집계됐다. 신흥국 주식(11.7%), 국내 주식(10.1%), 해외 주식(8.6%) 등 단일 포트폴리오에 비해 수익률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변동성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로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현실이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 방어를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과열을 부추겨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며 “이후 미·일 간 금리 역전 등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해외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한국의 현실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일본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공모펀드 순자산(93조5511억엔)에서 순수 해외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4%(22조4426억엔)다. 국내외 투자 상품을 골고루 편입하는 혼합펀드까지 합치면 48%에 이른다. 반면 국내 공모펀드(213조원)의 해외 투자 비중은 17%에 그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특성상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 보유 자산 가치의 변동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올해처럼 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 표시 해외 금리형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위험 중수익’ 펀드 매력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도 중위험 중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80개의 올해 수익률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평균 10.26%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 들어 1조2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지만 이들 자산배분펀드에는 1127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요 펀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설정액 2443억원)가 올 들어 14.66%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IBK플레인바닐라EMP’ 펀드(1315억원)와 ‘삼성미국코어밸런스’ 펀드(928억원), ‘삼성글로벌다이나믹자산배분’ 펀드(479억원) 등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채권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계좌를 제공하는 데다 각종 투자설명회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며 “운용사들 역시 글로벌 펀드 신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도 “해외 자산은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자산의 검증이나 투자 정보 등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어 글로벌 역량을 갖춘 국내 주요 증권·운용사를 선택하는 게 좋다”며 “각국 주가지수, 채권지수, 원자재 가격 등을 추종하면서 마치 일반 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성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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