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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민주당 게시판
15일 여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지난 14일 조 전 장관 사퇴 후 이날까지 이틀째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친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조 전 장관 사퇴를 주도했다’ ‘청와대가 사퇴 날짜 택일을 종용했다’는 등의 설이 퍼지면서 지도부 사퇴까지 거론됐다.
‘노무현 대통령 등도 이렇게 떠밀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쓴 당원은 “어쩜 열린우리당 때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느냐”며 “이번엔 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이라서 만족하고 감사해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또 “능력 없는 지도부는 전원 사퇴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중도층이 돌아서기 전에 당원들이 돌아서겠다”는 당원들의 글도 게시됐다.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와 당을 엮어 조 전 장관 사퇴를 종용했다는 프레임은 상당히 악의적”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위한 적임자가 바로 조 전 장관이며, 검찰 개혁이라는 소임을 끝까지 맡아달라고 주문해왔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반대로 ‘조국 사태’ 장기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일찌감치 사퇴시켰어야 하는데 때를 놓치면서 민심이 악화됐다”며 “떠나간 중도층 마음을 돌리려면 지도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 ‘조기 등판’ 시나리오도
조 전 장관 사퇴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지자 여권 내에서는 물갈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기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가 조만간 사퇴와 함께 총선 출마를 선언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는 22∼24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한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직후로 구체적인 시기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 총리는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로서 남은 임기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잘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총리의 사퇴설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가 언제든 나가도 이상하지 않지만 현재까지는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사퇴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그러나 이 총리의 조기 등판론 외에 내년 3월 사퇴 후 선거대책위원장 취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이날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 대표를 제외하고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1980년대 운동권 세대로 여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던 이 의원이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당내에서 ‘인적 쇄신 도미노’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향후 물갈이 폭이 최대 40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며 “현역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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