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車 경쟁력 1등 국가', 규제개혁 속도전에 달렸다

입력 2019-10-15 17:40   수정 2019-10-16 00:20

정부가 어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미래자동차 국가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내놨다. 2024년까지 완전 자율주행(레벨4) 제도 및 인프라 완비, 2030년 신차 중 친환경차 비중 33%로 확대, 민간 투자(60조원) 활성화를 통한 개방형 미래차 생태계 전환 등이 주요 내용이다. 수소 충전소 660기 설치 등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 달성을 위한 세부 지원 계획도 담았다.

미래차 비전은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헬스에 이어 마지막으로 제시한 3대 핵심 신(新)산업 청사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5월 충북 오송 C&V센터에서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 생산의 13%(193조원)와 수출의 11%(640억달러)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워 주춤했던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정부 의지만으로는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신산업은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모험 투자에 나서는 기업과 이를 뒷받침해 줄 제도가 마련돼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이 급변하는 세계 미래자동차산업에서는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제개혁 속도에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에서 경직화된 노동시장과 노조 편향의 노동 관련 법규와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힌 지 오래다.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미래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그럴 엄두를 못 낸다. 현대차 등 주요 국내 업체들은 신기술 도입, 작업공정 개선, 인력 전환 배치 등 경영 의사결정에 관한 거의 대부분을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에서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신속한 노동개혁 없이는 신산업 육성을 통한 혁신성장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려면 센서 개발과 자율주행 전용도로 건설 등 하드웨어 못지않게 기술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빅데이터 3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친환경 수소에너지 확대를 위한 수소경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수소차 기반의 미래차 보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차량공유 서비스가 제한되면 ‘소유’에서 ‘이용’으로 바뀌는 시장 변화도 따라잡기 벅찰 것이다.

세계 각국이 신산업에 대해 ‘선(先)허용-후(後)규제’의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는 것은 규제개혁 속도가 신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이 성과를 내려면 문 대통령이 강조하듯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과감한 방식과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규제완화는 산업 경쟁력 추락을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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