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1인승 렌터카에 '6인 이상 탑승' 명기 할까
-자유 경제 시대 소비자 선택권 앗아가는 후진적 제도 지적도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서 변화를 가장 빠르게 체감하는 집단에 속해있지만 새로운 탈 것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여전히 가장 애용하는 대중교통은 일반 택시다. 앱으로 예약도 하고 호출도 해서 결제까지 모두 해결되는 시대임에도 사실상 택시는 간편할 때가 많아서다. 수요가 아주 집중되는 시간만 아니라면 건물 앞 도로에만 나가도 배회 영업 중인 택시가 많다. 앱을 켜고 끌 필요도 없이 잡아 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택시의 문제는 서비스 품질의 복불복이다. 깔끔하고 정돈이 잘된 택시가 있는가 하면 어떨 땐 차내 깊이 베인 담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 당장 내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택시도 외관 상태를 보거나 차 문을 열어 냄새를 확인한 다음 골라 타는 경우가 늘었다. 같은 값을 내고 이용한다면 굳이 건강을 위협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미리 확인을 못하는 게 있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성향이다. 한 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시키는 건 그래도 괜찮다. 항상 혼자 운전하시는데 얼마나 대화가 하고 싶을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난폭, 과속, 신호 위반은 참기 어렵다. 승객의 안전은 물론 도로 위 모든 차들에 대한 위협 행위다. 물론 소수에 해당하는 일이겠지만 운전 습관은 모든 택시가 일괄적으로 지켜야 할 이동 서비스의 품질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같은 금액에 대한 동일한 서비스, 즉 등가교환을 위한 셈법이다.
소비자들이 택시에 등을 돌리는 이유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원하는 만큼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기대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택시 업계를 겨냥해 나온 새로운 이동 서비스는 균일하고 예측 가능한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선택에 실패가 없고 만족도가 높다. 이러한 입 소문이 좋은 평판을 만들고 시장을 키우며 공급 확대를 이끌어 낸다.
국토부 및 택시 업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타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승차거부 없는 바로 배차 시스템, 편안하고 쾌적한 탑승 환경,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라이버' 등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전통적인 허가 방식이 아니라 11인승 이상 렌터카에 대리 기사를 알선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상 운송 방식을 채택한 것이 차이점이다. 택시 업계는 '타다'의 영업이 택시 제도 자체를 무시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시장 퇴출을 주장했다. 타다가 차별점으로 들고 있는 바로 배차, 쾌적한 환경, 고품질 드라이버 등은 얼마든지 택시 업계의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토부 역시 새로 진입하는 유상운송 사업자와 기존 택시 사업자의 원만한 교체 입장을 고수했다. 급진적인 택시 제도 파괴는 서민 경제와 직결돼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국토부는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행령이 예외로 인정한 11인승 렌탈의 기사 알선 규정에 '6인 이상 탑승' 등의 조항을 넣으면 타다가 운영하는 11인승 카니발에 1~2명이 탑승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이 경우 소비자는 좋은 선택지가 하나 없어지는 셈이고 유상 운송 업계는 또 다시 택시라는 거대 기득권만이 남게 된다. 물론 최근 가맹택시가 등장하면서 서비스 개선이 많이 이뤄졌지만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운행대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국 소비자는 다시 담배 냄새 없는 택시를 골라 타거나 비싼 값을 주고 모범 택시를 타는 수고로움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권 다툼을 피하고 택시의 고질적 문제를 치료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택시운전 자격검정 시험을 개정 및 강화하자는 데에 목소리를 높인다. 소비자 불만의 대부분이 택시운전 기사의 서비스 품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운전기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지리와 운송서비스, 안전운행, 교통 및 여객차 운수사업법규 등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불친절한 택시는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접근 용이성, 신속성, 경제성의 이점마저 깎아 먹는다.
따라서 택시가 자정 노력을 거쳐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룬다면 어떤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 가능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즉 법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앗아가는 후진적 조치보다 관련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기회의 장을 열어줌으로써 유상 운송 시장의 발전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결국 최종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앞서 말했듯 택시는 아직까지 가장 친근하고 편리하며 신속한 이동 수단이다. 예약이 필요 없는 접근성, 기다릴 필요 없는 신속성, 경쟁 서비스보다 저렴한 경제성 등 장점이 상당히 많다. 공간감을 제외하면 승차감도 미니밴이나 승합차보다 세단이 월등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강점을 키워나가는 것도, 갉아먹는 것도 결국은 택시 스스로의 몫이다. 만약 자생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떠나는 소비자를 막을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소비자는 담배 냄새와 난폭 운전을 피해 어떤 이동 수단이로든 옮겨갈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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