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지 않은 '녹조 발생의 비밀'…빅데이터·AI로 풀 수 있다

입력 2019-10-16 15:25   수정 2019-10-16 15:26

중국에서 일어나는 녹조는 한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서울 면적의 네 배에 달하는 호수인 태호는 2007년 녹조가 발생해 이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도시의 수돗물 공급이 1주일간 중단된 사례도 있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5년 5월 태호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점은 호수 근처에 녹조연구소가 있어 현장실험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식수대란 이후 8년간 녹조 연구가 3000건 이상 이뤄졌다. 그 결과 부영양화의 주요 지표인 질소와 인의 농도를 2007년의 절반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녹조는 여전히 발생했다. 평균 수심이 2m 정도로 얕다 보니 바람이 불면 호수 바닥에 쌓인 질소와 인이 떠올라 녹조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친보창 녹조연구소장은 “녹조 문제가 100%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녹조 발생의 메커니즘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여전히 적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녹조 연구

여름철 높은 수온과 영양 염류 유입에 의한 부영양화가 녹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질소 인 등 영양염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남조류가 번성해 녹조를 발생시키는 과정에 대해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현재 대부분의 녹조 연구는 수질자료, 환경자료, 남조류 세포 수와 남조류 독소 농도 자료 등을 이용해 생태모델링 기법으로 어떤 요인이 남조류에 의한 녹조를 유발했는지 밝히거나 녹조 발생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성과가 적지 않았으나 새로운 통찰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많은 연구자의 생각이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는 녹조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시작했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의 대표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어떤 미생물과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녹조를 일으키는지, 어떤 미생물이 녹조가 사라지는 데 기여하는지 밝히기 위한 것이다. 먼저 녹조가 발생하는 수역의 물을 녹조 발생 시기에 주기적으로 채취한다. 이렇게 확보한 물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고세균, 식물 플랑크톤, 동물 플랑크톤 등 모든 미생물의 유전자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분석한다. 이후부터는 컴퓨터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구축해 녹조 발생 시기의 미생물 구성과 연결망을 확인해봤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다양한 미생물과 공생 관계에 있었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수십 종의 미생물과 하나의 팀을 이루고 있었다. 이 팀의 성격은 녹조 발생 이전에 다수를 이루는 다른 미생물 팀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녹조 사멸 시기의 미생물 팀과도 달랐고 겨울철과도 뚜렷하게 구별됐다. 녹조 발생 시기에 마이크로시스티스와 같은 팀을 이루는 미생물들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서로 열심히 누르듯 협력하고 있었다.

빅데이터와 AI로 녹조 문제 해결 가능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모두 같은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아니었다. 대장균이 유전적 구성에 따라 병원성과 비병원성 등 수많은 변종이 있듯 마이크로시스티스도 유전자 구성과 염기서열의 차이가 다른 박테리아보다 크다. 한 팀을 이루는 마이크로시스티스지만 그 안에서도 유전형이라는 이름으로 분파가 나뉜다. 유전형의 차이는 유전자 염기서열의 차이에 기인하며 이는 독소 생산능력, 최적 생장조건, 특정 미생물과의 관계 등으로 드러난다.

대청호는 열 가지 유전형이 전체 마이크로시스티스 유전형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여름철 녹조가 극심할 때와 가을철 녹조가 약할 때 각각 지배적인 유전형 종류가 달랐다. 독소를 생산하는 독성 유전형은 여름에, 독소 합성 유전자가 없는 비독성 유전형은 가을에 많았다. 유전형에 따라 생산하는 독소의 종류도 달랐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이전의 전통적인 생태학 연구와 다른 차원의 정보를 제공한다. 유전자 염기서열이라는 빅데이터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이름으로 생태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현상 해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아직 많다.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 유도를 처음 발견했을 때 정부 관료는 “이걸로 뭘 할 수 있느냐, 돈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패러데이는 “갓난아이가 뭘 할 수 있겠냐. 그러나 훗날 정부가 전기에 세금을 매길 날이 올 것”이라고 답했다. 녹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빠른 속도로 쌓이는 생태 바이오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녹조 문제를 해결할 독창적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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