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는 연금개혁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피하기에 급급했다.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분노하는 지점이다. 그동안 보험료율을 조금씩이라도 올렸으면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을 텐데 기성세대는 ‘미래의 일은 모르겠고 당장 우리 부담이 느는 건 싫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뤄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1년간 9%에서 단 1%포인트도 오르지 않았다.
특히 5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50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1950년대생이 한국 사회 리더 역할을 했던 2008년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리는 개혁이 이뤄졌다. 덕분에 연금 소진 시점이 13년 미뤄졌다. 하지만 586세대가 주축인 현 정치권과 정부는 21개월 동안 연금 개혁을 논의하고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미래세대 어깨를 짓누르는 건 국민연금뿐만 아니다. 건강보험은 고령화로 안 그래도 지출 증가 속도가 빠른데 정부가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기름을 붓고 있다. 이런 추세면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올해 70조원에서 2055년 58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그해 필요보험료율은 22.7%에 이른다. 조세재정연구원 추계(거시시계열 모형) 결과다. 2000년생 청년이 지금의 586세대 나이가 될 2050년대 중반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약 47%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각종 복지정책 확대로 나랏빚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37.1%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50년 85.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생 최모씨(24)는 “우리가 노인이 되면 복지 지원이 끊길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