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의 변신…'큰손 자산' 관리조직 만든다

입력 2019-10-17 16:58   수정 2019-10-1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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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이 창립 58년 만에 처음으로 자산관리(WM)를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한다. 고액자산가를 끌어들여 농촌을 기반으로 하는 특수은행이란 이미지를 벗어보겠다는 전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 수립하는 내년도 경영전략에 개인고객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WM 분야에서 수익모델 발굴

농협은행이 WM 전문조직을 설치하는 것은 1961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농협은행은 국내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WM 조직을 운영하지 않았다. 일부 영업점에 WM 업무를 병행하는 직원 두 명 정도만 있었다.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도 없었다. 점포가 1147개로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산관리 분야는 은행권에 남은 몇 안 되는 수익 기반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도 WM 조직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다. KEB하나은행은 132명 규모의 ‘WM사업단’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112명과 113명의 WM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증권사와 연계한 통합 WM 조직을 내세워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WM 부문에서만 261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체 순이익의 20%에 달한다. 신한금융도 WM 부문에서 상반기 2379억원의 이익을 냈다. WM 관련 수수료 수익이 매년 늘고, 전체 순이익에서 WM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포화된 금융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려면 고액자산가를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내년 초 자산관리, 부동산, 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한 WM 조직을 갖출 계획이다. 출범 초기에는 20여 명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역량이 검증된 직원을 ‘소수 별동대’로 내세워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위험 요소가 있을 때 미리 알려주는 형태다. 2021년부터는 WM 조직의 인력을 보강하면서 조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날렵한 곰’ 될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협은행은 시중은행과의 경쟁 대열에 끼기 어려웠다. 시중은행에선 농협은행을 ‘논외’로 쳤다. 농협은행은 고객 기반이 농업·농촌이어서 수도권 등 주요 도시에선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2012년까지는 해외 지점도 없었다. 농협은행이 ‘덩치만 크고 동작은 굼뜬 곰’에 비유됐던 이유다.

요즘은 ‘날렵한 곰’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4월 서울 양재동에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설립했다. 연면적 2080㎡로 금융권 디지털 기지 가운데 가장 크다.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까지 10개국 11개 이상의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변화 의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조2181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처음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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