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3년 4개월만에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영국과 브렉시트 초안 합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합의다. 이로써 영국은 2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시한(10월 31일)을 코앞에 두고 '노 딜' 브렉시트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은 '안전장치(backstopㆍ백스톱)'였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내에 양측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 안전장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
이번 합의안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침내 해당 '백스톱' 조항이 기존 합의안에서 성공적으로 제거되면서 합의안 초안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하나의 영국으로서 EU 관세동맹을 떠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제 전 세계와 무역 협상을 맺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브렉시트'까지는 문턱이 남았다. EU 각 회원국의 승인과 유럽의회ㆍ영국의회의 비준 절차를 온전히 거쳐야 예정된 10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 영국은 EU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회의 비준이 가장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존슨 총리는 "이제 의회는 19일에 브렉시트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생활비·건강보험·강력범죄·환경 등과 같은 다른 우선순위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의회의 지지를 요구했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영국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마련한 합의안은 압도적인 거부를 당한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만든 것보다 나쁘다"고 주장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도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해법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도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세 차례나 실패한 바 있는 만큼, 영국 의회를 향해 다시 한 번 시선이 쏠리게 됐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