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아이폰 초 칠라…중국 앞에 엎드린 애플 [노정동의 3분IT]

입력 2019-10-18 10:33   수정 2019-10-18 10:34

한해 약 60조원을 벌어다주는 중국 앞에 애플이 납작 엎드렸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아이폰 불매 운동으로 '중국 공포'를 경험한 애플이 신제품 출시 후 중국 정부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18일 미 IT(정보기술) 전문매체 엔가젯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 사파리는 피싱 사기를 막기 위해 '위조된 웹사이트 경고(Fraudulent Website Warning)' 기능을 사용해 왔다. 이 기능을 켜면 사파리 사용시 접속 사이트 등 관련 데이터가 '구글 세이프 브라우징'으로 전송돼 안전성을 검증한다.

그러나 애플의 새 운영체제(OS)인 iOS 13의 사파리에선 구글 세이프 브라우징 이외에 '텐센트 세이프 브라우징'에도 사용자 IP 주소 등 일부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걸러내지 못하는 중국의 악성 사이트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애플의 사파리 개인정보 보호 안내문을 보면 "웹 사이트 방문 전 사파리가 웹 사이트 주소에서 식별된 정보를 구글 안전 브라우징 및 텐센트 안전 브라우징에 전송해 위조된 웹 사이트인지 확인한다. 이러한 안전 브라우징 제공사에게도 사용자 IP 주소를 기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애플이 중국 텐센트로 보낸 개인 IP 정보가 중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단 우려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인 텐센트가 사용자 위치 등 개인정보를 제공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엔가젯도 "중국 정부와 빈번하게 협력하는 텐센트가 데이터 감시나 다른 목적을 위해 IP 주소 등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발이 확산되자 애플은 성명을 내고 "구글이나 텐센트에 해당 정보를 보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신 구글과 텐센트로부터 위조된 사이트 목록을 받은 다음 사용자들이 웹서핑을 할 때 이를 활용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최근 들어 중국 관련 이슈에 대해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9일 앱스토어에서 '홍콩맵닷라이브'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한 게 대표적. 홍콩의 반중 시위 참가자들이 텔레그램 메신저에 올린 정보를 모아 경찰의 실시간 위치와 최루탄 사용 여부 등을 알려주는 앱이다. 나온 지 며칠 만에 다운로드 횟수 5만여건을 기록했다.

이 앱이 홍콩 시위 참여자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앞선 8일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하는가?' 제하 논평에서 애플을 맹비난했다.

이 논평이 나온지 하루 만에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삭제 조치한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곧바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문제가 된 앱은 앱스토어의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해명했다.

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이달 초 진행한 자사 운영체제 iOS 13.1 업데이트에선 홍콩·마카오 지역 아이폰에서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지웠다. 애플은 2017년 중국 본토에서 업데이트를 진행한 아이폰에서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삭제했지만 홍콩과 마카오에선 빼지 않았다.

미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이는 대만, 티베트, 홍콩, 마카오를 독립국으로 간주하는 걸 '하나의 중국'을 위반한 주권 침해로 인식하는 중국 당국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IT 매체 쿼츠는 "대만 국기를 이모티콘에서 삭제함으로써 애플이 중국에 절을 했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애플이 중국 정부 심기를 건드릴 만한 서비스를 '자기검열' 하는 것은 중국이 애플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2656억달러(약 315조원)의 전체 매출 가운데 510억달러(약 60조원)를 중국에서 거뒀다. 단일 시장규모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애플은 작년 4분기 매출 843억달러, 순이익 199억달러의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와 0.5% 줄어든 것이었다. 매년 9월경 아이폰 신제품을 발표하는 애플의 최대 성수기인 4분기(10~12월)에 매출과 순이익이 동반 하락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해 4분기의 애플 실적 부진은 미중 무역갈등에 중국 현지에서 '애국 소비' 일환으로 아이폰 불매운동이 인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드웨어 제품 성장세가 꺾인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11 시리즈 가격을 인하하면서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애플 사정에 정통한 궈밍치 TF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전작에 비해 가격이 내려간 아이폰11은 중국의 평균 월임금 1~1.3배로 애플이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기에 최적의 가격"이라고 짚었다. 아이폰 가격인하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애플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테크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에만 중국에서 아이폰 433만대를 팔았다. 직전 월보다 78%,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28% 증가한 수치다. 애플은 최신작 아이폰11 시리즈 효과로 9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5.4%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불과 6% 수준이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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